2021 그날
41. 정말 미안합니다. 20210423
오늘 이 시간에는 용서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학습자들이 「사자가 작아졌어요」라는 그림책을 읽으며 공동의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교감을 나누다 보니 지난 일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다고 생각하니 앞으로의 일보다 지난 일들을 자주 되돌아보게 됩니다. 용서할 일과 용서받을 일이 많습니다. 잠시 침묵을 하다 보니 예전과는 달리 용서받기보다는 용서를 구해야 할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그동안의 잘못에 대해 진정으로 뉘우치고 사과했는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도 있었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던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침묵이 금일까.’
말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지난 일을 되돌아보니 내 나름의 사과라는 것이 난처한 표정과 침묵이었습니다. 고개를 떨어뜨리고 눈을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미안해, 무조건 잘못했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면서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습니다.
중이 제 머리 깎지 못한다고 나 자신이 그러면서도 남에게는 사과하도록 종용하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사과를 거부하는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너 내일은 꼭 사과해. 사과를 예쁘게 깎아 와서 함께 나누면서 말이야.”
다음 날 정말로 사과를 깎아 예쁜 그릇에 담아 온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아이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이 담겼음을 짐작하고도 남았습니다. 이후 두 아이는 학년이 올라갔어도 늘 붙어 다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나요, 직장에서의 일입니다. 동료의 이름을 잘못 적은 일이 있습니다. 한자로 표기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입니다. '찬(讚)'을 '찬(贊)'으로 써버린 것입니다.
“내 이름이 틀렸네.”
“그게 그거지 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주위에서 보던 동료들이 고쳐 쓸 것을 권했지만 귀찮다는 마음으로 지나쳐 버렸습니다. 그 후 생각을 해보니 내가 아닌 남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내 이름이 틀리게 적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어땠을까. 몹시 기분이 상했을 겁니다.
또 다른 일이 있습니다. 상사가 전입해 온 지 며칠 지나서의 일입니다. 상부에 보낼 문서를 보내기 위해 결재를 올렸는데 이름이 틀렸습니다. 평소에 '헌(憲)'을 '운(云)'으로 기억했습니다.
“이름이 틀렸어요.”
“예?”
“종헌인데 종운으로 되었네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종종 혼동해요”
금방 미안하다고 말하고 타자를 다시 했습니다. 두 가지의 경우를 두고 생각해 봅니다. 그때의 내가 상사였다면 어떠했을까. 그들은 나이 듦에 직장을 떠났습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기라도 한다면 미안하다고 말해야겠습니다.
우리는 긴 시간 진정한 사과에 대해 토의하여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최악의 사과는 ‘싫으면 그만둬 ’입니다. 다음으로는 이유나 변명을 늘어놓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최고의 사과는 어떤 것일까요.
‘나의 입장만 생각해서 미안해. 무조건 미안해.’
사과란 조건을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잘못이 있었다면 무조건 잘못한 겁니다. 사과의 조건을 나열해 봅니다. 사과- 상황 설명- 잘못 인정- 후회, 반성- 보상- 용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과하면서 모든 경우 위의 차례로 꼭 해야 할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맞게 가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과할 마음이 있다면 상대방이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무조건적이어야 합니다.
나는 사자성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떠올립니다. 태도를 바꾸어 상대방이 되어보는 겁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저절로 답이 찾아옵니다. ‘내로남불’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는 세상에 문득 떠오른 내 허물은 무엇이 있었는가 살며시 들춰보았습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