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그날
48. 오늘 나의 수업은 20210507
젊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여유가 없습니다. 그들은 아는 것도 많지만 순발력이 뛰어납니다. 새로운 변화도 익숙합니다.
선생님께서 지난주에 묘사 쓰기를 수업할 예정이니 자신에 맞는 사진을 한 장씩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고 보니 고민했습니다. 생각 끝에 휴대전화에서 몇 장의 사진을 골랐습니다.
수업 시간입니다.
“모두 준비하셨죠.”
‘아차.’
정작 이 시간이 되어서야 결정을 짓지 못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침묵이 흐릅니다. 화면을 보니 모두 글을 쓰는 일이에 집중합니다. 골라놓은 사진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며칠 사이에 마음을 떠난 게 분명합니다. 어쩌지요. 스마트폰의 갤러리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잠시 후 글을 소개할 때 사진을 공유하라고 했습니다.
공유라고요? 뜻은 알지만, 인터넷상에서의 공유는 서툽니다. 더구나 화상수업을 하는 동안 사진을 올린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말이나 하지 말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업 전 잠시 서로의 일상을 이야기했는데 나는 스마트폰으로 사진 편집을 배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겨우 네 시간을 공부한 상태입니다. 아기로 말하면 겨우 목이나 가눌까 하는 수준이라면 꼭 맞을 것 같습니다.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스마트폰을 배우고 싶어서 노인회관에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미운털이 박혔나 봅니다. 하느님은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때마다 추첨에서 탈락하였습니다. 웬일이야, 햇수를 세어보니 자그마치 오 년입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은 어깨너머로 익힌 솜씨입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나는 낄 때 안 낄 때를 구분하지 않고 마음에 들면 무조건 얼굴을 내밉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글 쓰는 것은 뒤로 미루고 컴퓨터를 켰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프린트해서 스마트폰 화면에 비치면, 아니 시간이 많이 지날 터이니 스마트폰을 컴퓨터 화면에 들이댈까.
모두 글을 쓰느라 조용한 틈을 타서 화면을 들여다봅니다. 슬그머니 공유 단추를 눌러봅니다. 미디어, 사진의 접근을 허락하시겠습니까. 되면 되고 안 되면 그만두고……. 허락하자 내 갤러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성공입니다. 처음인데 되네. 기쁨도 잠시입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번개와 천둥이 뒤를 이었습니다. 일기예보를 보아 알고 있지만 이 정도까지, 가슴이 철렁합니다. 뭐가 잘못된 거야. 사진을 불러올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머릿속의 생각들이 뒤엉킵니다.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선생님이 나를 호출합니다.
“다 하셨어요?”
“갑자기 마음이 혼란스러워져서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오늘은 강의를 듣는 것으로만 하겠습니다.”
선생님은 내 걱정이 되는가 봅니다. 수업이 끝날 무렵입니다. 갑자기 무슨 이유라도 있느냐고 묻습니다.
“천둥 번개가 갑자기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엊그제 휴대전화의 기능을 배울 때 화상수업 중 사진을 올리는 것을 물어봤으면 좋을 것을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림 속의 떡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을 올리고 내 마음의 글을 삽입하는 가운데 음악도 함께 넣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인데,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으니, 시간이 좀 지나면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그건 그렇고 나만 우리 모임의 밴드에 가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의 재촉이 있었습니다. 이제야 밴드의 이름을 물어 가입했습니다. 하나, 둘, 셋 고만큼 나는 남에게 뒤집니다. 삶의 길이에 비해 달리기만큼이나 젊은이들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가야만 합니다.
오늘의 수확은 있습니다. 비록 반짝하고 희열이 있었지만 나 스스로 화상수업의 창에 사진을 올리는 것을 알아냈으니 말입니다. 본질을 잠시 잊었습니다. 글쓰기 어렵네요. 묘사는 더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번개와 천둥은 잠시뿐 어느덧 햇살이 쨍하고 찾아왔습니다. 콩닥콩닥 마음의 방아를 찧으며 가는 것도 재미로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