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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은 Nov 23. 2024

2021 그날

55. 영웅을 찾습니다. 20210521

“질문이 있었습니다.”


영웅이란 무엇일까 하는 평소의 생각입니다. 나의 머릿속에는 나라를 구한 사람이거나 영토를 넓히기에 힘쓴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도 있습니다. 선생님의 물음에 이순신, 나폴레옹, 세종대왕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어느 분은 어벤저스나 스파이더맨을 들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분은 평소에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을 이야기했습니다.


잠시 후 「영웅을 찾습니다」의 그림책을 함께 감상했습니다. 주인공의 직업에 대한 평범한 일상을 그린 내용입니다. 작가가 우리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은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자신에 충실한 모습입니다. 그러고 보니 영웅의 기준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가 봅니다. 나의 사고력은 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지도자나 교육자는 개인보다는 나라가 우선이라는 점을 심어주었습니다.


“나라 없이는 나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것과 육이오의 전쟁은 나라의 중요함을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니 꼭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그중 대표적인 예를 꼽으라면 이스라엘을 들 수 있습니다. 유대민족들은 긴 세월을 나라 없는 설움을 견디어야 했습니다. 외국의 여러 나라에서도 영웅을 보는 시각은 평상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진리란 변하지 않는 거라고 배웠는데 어느새 이마저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뀐 것입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지구란 고정불변이라 여겼는데 어느 순간에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영웅의 기준도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이 시대의 영웅이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할 일을 충실히 해내는 사람입니다. 그림책 속의 주인공이 그런 사람입니다. 우리 주위에서 이런 사람들이 종종 눈에 뜨입니다. 직접 목격하는 때도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이나 방송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알기도 합니다.


며칠 전의 한 예를 들어봅니다. 자동차 사고가 났습니다. 차에 깔린 사람이 위급합니다. 이를 발견한 사람이 도움을 청하자, 주위의 사람들이 몰려와 차를 들어 올렸습니다. 부상자는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목숨을 구했습니다.


이와 같은 일은 보상받거나 누구를 의식해서 하는 일은 아닙니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라 할 수 있는 순간적인 기지입니다. 내가 전에 본 일입니다. 눈이 오면 늘 골목길을 쓰는 사람, 홍수가 난 다음에는 동네 사람들을 위해 떠내려간 징검다리를 다시 놓는 사람, 노약자이면서도 다른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 등.


생각해 보니 큰일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국가나 사회는 작은 선행들이 쌓이고 쌓여 이루어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크고 작은 일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만듭니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뀐 것처럼, 이제는 내가 생각하는 영웅의 인식도 바꾸어야겠습니다. 그동안 영웅의 조건을 한참이나 높게 봤는데 이제는 내 기준점을 많이 낮춰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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