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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은 Nov 23. 2024

2021 그날

61. 여행의 끝은 20210604

‘오리건 여행을 읽고’


우리의 삶은 긴 여행의 과정입니다. 태어남과 죽음의 사이에는 긴 줄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그 줄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합니다. 그 길은 곧기도 하고 구불구불하기도 합니다. 부모, 가족, 집안의 환경 등 태어남의 조건이 다르기에 출발은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등장인물 '듀크'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왜소한 신체를 가진 사람입니다. 듀크는 곡마단에서 '오리건'이라는 곰과 함께 살아갑니다. 통제되고 길든 삶입니다. 어느 날 곰 오리건은 자신을 숲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합니다. 생각 끝에 듀크는 그를 데리고 목적지로 향합니다. 긴 여행 끝에 곰은 자신의 정착지에 이르고 서로의 이별이 있고 난 뒤 듀크도 빨강 코를 떼버리고 목적지를 찾아 떠납니다. 그곳은 어디인지 모릅니다.


이 책의 내용은 속박된 삶에서 탈출하는 이야기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도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사는 존재입니다. 가정과 사회, 국가라는 집단에 얽매이다 보면 가끔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디로요. 때로는 헛된 공상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지금보다 나은 곳을 꿈꿉니다.


우리는 여행의 연속입니다. 짧은 여행도 있고 긴 여행도 있습니다. 생각한 대로 진행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희열을 느끼기도 합니다.


태어나면서 시작된 여행이 어느새 이곳까지 왔습니다. 앞으로의 여행길은 그리 길지는 않고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가운데 종착점은 어디인지 아직도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틈틈이 방향을 설정을 했다고는 하나 뜻대로 된 때보다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계획이 틀렸는지 과정이 잘못되었는지 판단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그때는 그랬고 이때는 이랬다라고 말하는 편이 마음 편할 듯합니다.


나는 가끔 혼자서 혀를 차는 일이 있습니다. 지나온 길을 더듬다가 정지된 상태로 상황을 살펴보고는 그건 아니었지 하는 후회를 합니다. 순간적입니다. 나도 모르게 머리를 가로 흔들며 혀를 찹니다. 그때는 참았어야 하는데, 생각을 깊이 했어야 했는데, 감성이 이성을 너무나 앞질렀기 때문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은 늘 선망의 대상입니다. 가끔 공상에 빠지곤 합니다. 그때 그렇게 했으면 마음고생을 덜 했을 텐데, 지금은 더 여유로운 삶을 누릴 텐데. 단정입니다. 지나고 보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즈음 비트코인과 주식의 열풍이 불고 있으니 그 예를 들어봅니다. 주가가 떨어집니다. 살까 말까 망설입니다.


‘더 떨어지겠지.’


기대와는 달리 다음날 올랐습니다. 다음 날도 계속 올랐습니다.


주가가 한창 오를 때입니다. 팔까 말까 역시 망설입니다.


‘더 오르겠지.’


기대와는 달리 다음날 떨어졌습니다. 다음 날도 계속 떨어졌습니다. 헛기침합니다. 그게 아니었습니다. 팔아야 했습니다. 사야만 했습니다. 삶이란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모든 삶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뭐 걱정이나 고민하겠습니까. 아마 「오리건 여행」의 줄거리도 바뀌었을 것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평범한 삶을 이어왔습니다. 굴곡진 행로는 아니었습니다. 자질구레한 번민이 있었고 탈출을 꿈꾸기도 했지만 내 고향의 친구들에 비해서는 순탄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어머니의 덕분입니다. 어머니의 희생적인 삶이 없었다면 지금에 이르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기에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 잠에서 깨어나서는 선산에 잠들어 계신 어머니께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나는 듀크처럼 가야 할 곳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오지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지냈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곳에는 연고도 없으려니와 가슴을 설레게 하는 추억도 없습니다. 이제는 마음의 정리가 필요합니다. 조금은 지루할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도시 생활에 머물러야 할까 합니다.


여름이 코앞에 와있습니다. 내가 지금 막 떠올린 것은 초가집 앞마당에 내리는 하늘입니다. 이 나이에도 어머니의 품속이 그립습니다. 쑥 향기 그윽한 모깃불이 오릅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식구들과 함께 멍석에 누우면 하늘의 별들이 쏟아집니다. 개똥벌레들이 춤을 추며 별들과 호흡을 같이합니다. 개똥벌레를 품은 호박꽃들은 돌담을 가림막 삼아 은은한 빛을 발합니다. 내 마음은 어느새 사라진 옛집 앞마당에서 별들을 헤아립니다. 훼방이라도 하려는 듯 별똥별이 북쪽 하늘에서 서쪽으로 긴 꼬리를 남기며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휙’ 또 하나가 지붕을 넘었습니다. 또 하나가…….


나의 마음은 잠시 오리건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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