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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은 Nov 23. 2024

2021 그날

62. 오늘의 결혼 풍경 20210606

청첩장을 받은 것은 보름 전입니다. 이종 동생의 아들 결혼식에 초대받았습니다. 예전과 같이 종이 카드로 된 청첩장입니다. 오십 인 이상은 집합 금지라고 하는데 잠시 망설였습니다. 코로나가 빚어낸 현상입니다.


‘가야 할까 아니면 부조를 온라인으로 해야 할까.’


상황 파악이 잘되지 않습니다. 가자니 인원 초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안 가자니 상대편이 서운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며칠 전 생각을 굳혔습니다.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이종사촌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식구나 다름없는 사이로 생각하고 지냅니다. 학창 시절 잠시나마 우리 식구들이 이모님 댁에서 함께 생활한 적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허물없는 사이입니다.


작년부터 코로나 전염병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많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여행이 금지되고 나라 안에서도 상황에 따라 모임의 인원수를 제한합니다.


예식장 입구에 도착하자 공공건물 출입할 때 해야 하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을 재고 인적 사항을 기록합니다. 그동안 나는 스마트폰의 사용 방법을 잘 몰라서 불편을 겪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번잡스럽지만 일일이 종이에 내 신상을 기록해야 했습니다.


오늘은 열을 재고, 입장을 위해 스마트폰의 QR코드에 신분을 입력했습니다. 며칠 전 불편을 말했더니 아들이 QR코드 생성시켜 주었습니다. 간편해서 좋습니다. 결혼식의 절차도 예전과는 달리 다양해졌습니다. 획일적인 결혼의 절차가 신부 신랑의 취향에 따라 변화되고 있습니다. 주례가 사라졌습니다. 신랑과 신부의 입장 방법도 변화되었습니다. 결혼식에 참석해 보면 그때마다 주인공들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오늘의 결혼식은 주례자를 모시지 않은 대신 신랑 신부의 아버지가 번갈아 가며 역할을 했습니다. 성혼선언문과 격려사입니다. 딱딱함을 벗어나 다정다감한 느낌이 듭니다. 나만의 특별한 결혼식이라고 해도 좋을 듯싶습니다. 오늘도 분위기가 떠들썩하기는 했지만, 예전에 비하면 정도가 덜합니다. 인원수가 제한되다 보니 장내의 복잡함이 덜하고 아늑한 느낌이 듭니다.


피로연장에서의 일입니다. 미쳐 생각하지 않았던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습니다. 안내인의 목소리입니다.


“마스크 써주세요. 위생 장갑 착용해 주세요.”


‘참 마스크를 쓸 일이지.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


나중에야 안일입니다. 그중에는 나를 두고 한 말도 있습니다. 뷔페 음식입니다. 간단히 수프를 먹고 본 음식을 먹으려고 진열대로 다가갔는데 나를 본 안내원이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합니다.


“마스크 쓰셔야지요.”


순간 손으로 얼굴을 더듬었습니다.


“아차, 그러네요.”


수프를 먹느라고 마스크를 벗어 주머니에 넣었던 것을 순간적으로 잊었습니다. 발길을 돌려 제자리로 돌아가려다 다시 멈췄습니다. 안주머니에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가슴으로 손이 갔습니다. 주위를 힐끗 보면서 재빨리 입과 코를 가렸습니다.


연회장에 있는 동안 나는 두 번이나 같은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지 않고 집게를 들었던 사람들이 주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일부러 한 일은 아닙니다. 순간의 깜빡거림이 안내원들의 눈에 뜨였습니다. 하나같이 ‘아차’하는 말로 수긍을 하고 따랐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빚어진 풍경 중의 하나입니다.


테이블의 의자도 변화가 있습니다. 다섯 명 이상 착석 금지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부착물이 의자 두 개에 붙어있었습니다. 의자가 모두 일곱 개이니 두 개는 주인을 모시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나는 잠시 책가방과 겉옷을 빈 의자에 맡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식사하는 내내 의자를 두 개나 차지한 셈입니다.


이 년여 동안의 삶을 돌아보니 코로나의 역기능이 많기는 하지만 반대로 순기능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장마가 길어지면 우산 장수가 돈을 벌고 날이 맑으면 짚신 장수가 돈을 번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바이오를 비롯한 마스크 제조 산업이 좋아졌지만, 관광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렇게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기는 해도 전체적으로 보면 세계의 경제는 그동안 곤두박질을 쳤음이 분명합니다.


이제는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역기능들이 사라질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연회장의 빈 두 자리가 모두 주인을 모실 수 있고 경제 또한 살아나서 사람과 사람들 사이가 좁혀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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