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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5. 단풍 20210705

by 지금은

내장산 단풍이 아름답다기에 관광버스를 탔습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병풍 속에 단풍을 가둔 듯 파란 하늘 아래 그림을 펼쳤습니다. 내가 할 일이라고는 가장자리에 감탄사를 한 구절 써넣는 것입니다.


‘감춰진 산은 그림 속 세상.’


버스 안에서 혼잣말로 속삭였습니다.


한계령이 더 아름다웠는데


‘하늘이 부러워 골짜기까지 내려왔지.’


고향, 망경산(忘景山)은 일찍부터 불타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할까. 이미 말해버렸습니다.


‘불타고 있어.’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언제인가부터 들르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단풍은 때가 되면 나를 찾아와 발끝에 머뭅니다. 나무의 정수리를 들어낸 채로 제멋에 겨웠습니다. 하얀 뭉게구름을 머리에 이고 미동도 없습니다. 하나하나 곱습니다. 빨강, 파랑, 하양은 가을입니다. 뭐 노랑도 하나 곁들여 줄까요.


그러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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