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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7. 불안한 날 20210706

by 지금은

마음이 불안합니다. 그냥 불안합니다.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원인을 모릅니다. 그래서 더 불안합니다. 일이 잡히지 않습니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싶었는데 선 듯 걸레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책을 손에 들었지만, 활자가 눈에 들어올 뿐 내용은 책 속에 갇혀있습니다. 텔레비전을 켰습니다. 화면만 움직입니다. 앉아있어도 서 있어도 침대에 누워보아도 내가 아닙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입니다.


이런 날은 말을 하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어쩔 수 없다면 말수를 줄여야 합니다. 알고 있으면서도 일을 저질렀습니다.


바늘로 찌르는 말을 했습니다. 요 며칠 사이에 두 번씩이나.


오늘은 누군가 내 의견을 물어왔는데 사족을 달았습니다.


“그때는 그때고요.”


상대편의 말이 맞습니다.


‘아니요.’


하고, 말았어야 했습니다.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조급해지고 말 수가 늘어납니다.


알면서도, 알면서도.


그저 침묵이 보약입니다.


바람이나 쏘여야 할까 봅니다.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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