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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11. 마음 먹은대로 20210707

by 지금은

잡초입니다. 비가 한 번 내리더니 경쟁이라도 할양 허리를 쭉쭉 폈습니다. 더 많아지기 전에 뽑아야 합니다. 그런데 어느 것을 뽑고 어느 것은 남겨야 할까요. 처음에는 모조리 뽑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게 아닙니다.


‘이건 꽃을 피울 것이고, 이건 약초가 될 것이고…….’


이웃 할아버지가 내 곁을 지나치셨습니다.


“어느 게 잡초예요.”


“아 이 녀석아, 먹는 것 빼고는 모두가 잡초인 겨.”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이니 맞는 말씀입니다.


저녁 밥상머리에서였습니다.

할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모두 뽑은 거여.”


“예.”


“깨끗하기는 해서 좋은데 꽃을 보기는 틀렸군.”


누가 일러바쳤는지 양귀비 조사가 나왔습니다. 이웃 할아버지 댁이 딱 걸렸습니다.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습니다.


“양귀비인 줄 몰랐시유. 꽃이 곱다기에…….”


할아버지 말씀을 듣길 잘했습니다.

우리도 손이 발이 되었을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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