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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12. 복권 20210706

by 지금은

누구는 복권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것도 난생 처음 모르는 사람이입니다. 이름이 알려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택의 대상이 됐나 봅니다. 얼굴이 예쁘다고, 귀여워 보인다고 했습니다.


“복권이 당첨되면 어떻게 하지요.”


“뭐, 드린 거니까 마음대로 하시지요.”

"그럼, 반만이라도."


“그만두세요.”


“십 퍼센트라도.”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미 내 마음을 떠나고 내 손도 떠난 것인데 그만하자고 합니다. 나는 누구로부터 복권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복권 샀습니다. 주택복권을 사기도 하고 연금복권을 사기도 했습니다. 몇 차례 당첨되기는 했지만 가장 낮은 액수라서 밝힐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집이 없어서일까요, 연금을 받지 못할 처지라서일까요. 그것은 아니다. 클로버밭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는 것처럼 기분 좋게 당첨되고 싶었습니다. 네 잎 클로버를 찾은 후, 똥 꿈, 집에 불난 꿈, 돼지꿈을 꿀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복권매표소를 찾았습니다.


복권을 산 후 꿈에 부풀었습니다. 당첨만 되면 하고 마음속에 기와집을 수없이 지었습니다. 의사들이 말하는 ‘도파민’ 물질이 샘솟는 듯했습니다. 마음속 당첨 확률은 오십 퍼센트입니다. 복권이 몇 장이나 팔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확률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 독학이기는 해도 밤을 새우다시피 공부한 일이 있습니다.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허황한 꿈도 한때철인가 봅니다. 복권을 사기보다는 주식을 사는 편이 낫겠다고 그만두었습니다. 몇 푼 안 되는 원금을 날린 셈입니다. 그렇다고 주식에 투자한 것도 아닙니다. 복권, 나는 복이 있는 사람일까요. 나는 남에게 복을 베풀었다 셈 치기로 했습니다. 복권은 아직 나와 인연이 먼가봅니다. 차라리 멍때릴 겸 하던 대로 네 잎 클로버를 찾는 것이 마음 건강에 유익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가끔 복권에 마음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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