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이발 20210707
내 머리칼은 무조건 짧으면 좋습니다. 머리 감기가 편합니다. 머리 말리기도 그렇습니다. 외모는 별로 중요시하지 않습니다.
“뭉텅 잘라주세요.”
영 반응이 시원치 않습니다.
“뭐, 자를 것도 없구먼. 대머리에다 귀밑머리까지 시원치 않으니.”
이럴 때마다 스님처럼 삭도로 한 올도 남기지 않고 밀어버렸으면 합니다. 이왕 깎아주는 길에 남김없이 처리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보면 더 할 말이 있지만 알맞게 남겨두어야겠다고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마저 몽땅 밀어버리면 얼굴을 더 이상 봐줄 수 없습니다.”
매번 들어온 말이니 미루어 짐작됩니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이 낫겠습니다.
그는 내 머리칼을 다듬고 다듬었습니다. 강남 이용원이면 몇 분 걸리지 않을 것을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 속에는 그만의 정성이 숨어있다는 말입니다.
“뭉텅 잘랐어요.”
잘린 머리칼은 새끼손가락 한 마디보다도 작습니다. 뭉텅뭉텅 빠지기 시작한 정수리의 머리칼과 비교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머리통은 한결 가벼운 느낌입니다.
손거울을 들었습니다. 머리카락 몇 올을 잘라낸 것만으로도 내 얼굴이 한결 젊어 보입니다. 후한 점수를 주겠습니다. 십 년은 뒤로 물러난 모양새입니다. 눈썹도 어느새 길었습니다. 쭉 삐져나온 흰 것들의 모양새가 제각각입니다. 그렇다고 이것마저 자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눈썹이라도 풍부해야 얼굴이 삽니다.
오늘은 가벼운 하루가 됩니다. 틀림없습니다. 분명 몸무게가 줄었습니다. 증명하기 위해서는 분동이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몸무게 더하기 마음의 무게를 합하면 분동 두 개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못나 보여도 좋습니다. 이 여름에는 무조건 짧아야 합니다. 겨울에도 짧아야 합니다. 나는 검은 모자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