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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18. 짧다고 하기보다 길다고 하면 20210708

by 지금은

조선 후기의 문신인 홍석주의 학강산필(學岡散筆)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품격을 이야기합니다. 행동거지를 똑바로 해야 합니다. 어렸을 때 종종 듣던 말입니다. 품격은 말에도 있습니다.


아침에 신문을 보니 이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리를 저는 사람이 앞에 보이자, 한 젊은이가 말했습니다.


“다리 하나가 짧네.”


“다리 하나가 길다고 하면 안 될까?”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달리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박지원의 사소전(士小典)에 나오는 일부입니다.


‘귀먹어서 들리지 않는 사람은 귀머거리라고 하지 않고 소곤대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


‘말을 못 하는 사람을 벙어리라 하지 않고 남을 비평하기를 싫어하는 사람.’


‘실명한 사람을 장님이라 하지 않고 남의 흠을 살피지 않는 사람.’


이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때는 남의 단점을 드러내지 말라는 말입니다. 본받을 만한 내용이지만 그게 어디 마음처럼 쉬운 일인가요. 글을 살필 때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게 해야겠다고 하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쳤을 때는 잊어버리고 맙니다.


얼마 전 개인적인 일로 관공서를 찾았던 일이 있습니다. 이날은 왠지 온종일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민원을 처리해 주는 사람에게 불평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간단한 사무이지만 그 사람과는 인연이 없나 봅니다. 계속되는 이야기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결국 일을 끝내지 못하고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습니다.


"작은 일을 가지고 이렇게 시간을 끌어도 되는 겁니까?"


"좀 복잡한 일이라서."


나처럼 불쾌한 마음이 역역해 보입니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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