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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17. 소원 20210707

by 지금은

풍등을 날립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하늘로 올랐습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환호했습니다. 오를 생각을 하지 않던 풍등을 보며 잠시 안타까워했기 때문입니다. 칠흑 같은 밤에 별이 되었습니다. 먼저 오른 풍등도 별이 되었습니다. 별들이 바람을 타고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소원을 빌었습니다. 여행의 과정이 무사하기를, 좋은 일만 있기를.


소원은 왜 풍등에만 빌어야 할까요. 연도 있고, 풍선도 있고, 종이비행기도 있습니다. 지금은 캄캄한 밤이니까요. 그럴 수밖에요 낮이라면 풍등을 날렸겠습니까. 꼬마 아이들이라면 종이비행기, 풍선, 좀 나이가 들었다면 연을 날리겠지. 내가 그랬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가끔 언덕에 올라 종이비행기를 날렸습니다. 소원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무슨 소원이었을까 생각을 해보니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분명 원하는 것을 빌었을 텐데 말입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늦은 소원을 빌어봅니다.


‘튼튼하고 잘 미끄러지는 썰매를 하나.’


그때는 기와집 형이 타는 칼날 썰매를 가장 갖고 싶었습니다. 집에 가져다주겠다고 심부름을 자청하고 내 것 인양 우리 집 댓돌 위에 놓아둔 때도 있습니다. 안 되는 일인 줄을 알면서도 형이 찾으러 왔을 때는 내 썰매라고 우기기도 했습니다.


액 맥이 연을 날리는 날입니다. 다가오는 겨울에는 더 높이 날 수 있는 연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했고, 우리 집 가을 농사가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되뇌었습니다.


‘쌀 백 가마니만 있게 해 주세요. 하느님.’


겨울부터 보릿고개까지는 늘 배가 고팠습니다. 봄이 되면 얼굴에 어김없이 버짐이 피었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날리지 않습니다. 공원에서 날아오르는 연을 보면 잠시 옛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대신 아침저녁으로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오늘에 감사합니다. 어머니 그리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런데도 늘 마음이 불안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아직도 욕심이 살아있어서인지 모릅니다. 밥걱정할 형편은 지났는데 가끔 빈곤해지면 어쩌냐고 하는 생각이 머리를 찡 울릴 때가 있습니다. 가난에 찌든 때가 있어서인지도 모릅니다.


어쩌겠나.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해야지.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시간이 날 때다 음악을 듣습니다. 습관처럼 책을 읽습니다. 글을 씁니다. 그림도 못 되는 낙서를 해보기도 합니다.


지금의 소원은 나를 잊는 것. 때에 따라서는 내가 누구인지 잠시 잊는 것과 나에서 나를 떼어놓은 것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편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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