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희망 20210707
어차피 죽을 것입니다. 잎이 시들시들 말라가고 가지가 생기를 잃었습니다. 초겨울이 다가오자, 화분을 밖으로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잊었습니다.
봄이 되었습니다. 완연한 봄입니다. 기온이 오르자, 분갈이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실내에 있던 화분들을 하나씩 밖으로 내놓았습니다. 흙을 덜어내고 거름을 섞어야겠습니다. 한나절이나 분갈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초겨울에 내놓았던 화분을 쏟았습니다. 잎이 부서지고 가지가 힘을 잃었음에도 마른 뿌리는 땅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꽃삽으로 뿌리를 싸안은 흙을 몇 차례 두드립니다. 콩나물 대가리보다 작은 싹이 뿌리와 줄기의 사이에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인고의 시간을 견디었구나.’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새 삶의 시작입니다. 내 예측과는 달리 너는 같은 겨울을 이겨냈구나. 부자연스럽던 팔이 서서히 눈 녹듯 풀립니다. 운신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