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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20. 원숭이 꽃신 20210709

by 지금은

거실에서 책을 읽다가 그만 잠이 들었습니다. 침대가 뜨겁다는 느낌이 듭니다. 잠자리에서 몸의 열기로 인해 가끔 잠에서 깹니다. 더위가 이어지면서 종종 이런 일이 생깁니다.


잠시 거실 바닥에 누워봤는데 서늘한 기운이 있어 좋습니다. 눈이 스르르 감깁니다. 기분이 좋은 것도 잠시뿐, 한밤중에 깨어났습니다. 어깨가 결리고 등판이 저립니다. 내가 잠든 사이 아내가 베개를 내 목에 받쳐주는 줄도 몰랐나 봅니다. 다행히 머리통은 저리지 않습니다.


베개를 들고 침대로 다가가 누웠습니다. 서늘한 기운이 남아있어 얇은 이불을 덮었습니다. 새벽잠에서 깼을 때 곧바로 일어나기가 싫었습니다. 전날 힘든 일을 한 것처럼 온몸이 무겁고 찌뿌듯합니다.


아내의 식사를 알리는 노크 소리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침대를 모두 차지한 나는 한동안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습니다.


“뭐 해요. 식사해야지.”


식탁에 앉았습니다. 등판이 무겁습니다. 아직도 어깨와 팔다리가 결립니다. 아무래도 하루 종일 계속될 것만 같은 예감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침대에서 잘 걸 그랬나 봅니다.


‘젊었을 때는 날바닥에서 자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원숭이 꽃신을 신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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