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5. 겨울 잠자리 20230106

by 지금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막 수면으로 빠져들려는 찰나입니다. ‘쿵’ 소리가 났습니다. 깜짝 놀라 눈을 떴습니다.


“아이구우우.”


신음에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습니다. 옆자리에 있던 아내가 보이지 않습니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발을 딛고 재빨리 침대의 반대편으로 돌았습니다. 아내가 바닥에 모로 누워있습니다. 잠결에 침대 밖으로 떨어져 굴러 떨어졌음이 분명합니다.


“괜찮은 거야.”


“괜찮기는 아파 죽겠구먼.”


일으켜 침대에 눕혔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리저리 몸을 만져봅니다. 잠시 후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 형님이 침대에서 떨어져 뇌진탕을 일으켰습니다. 인사불성이 되어 곧바로 병원의 응급실로 실려 갔습니다. 그 후로 회복되지 못하고 반신불수가 되었습니다. 거동을 할 수 없으니 누워서 지냅니다.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아야 휠체어에 앉을 수 있습니다. 생리 문제도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좋지 않은 일이 또 있습니다. 숙모입니다. 역시 잠자리에서 침대 밖으로 떨어졌는데 고관절을 다쳐 오랫동안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한동안 바깥출입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밖에도 우리 주위에는 침대에서 떨어져 다쳤다는 사람이 여럿 있습니다.


아내가 침대에서 떨어진 이후 나는 잠자리를 옮겼습니다. 침대 곁 바닥입니다. 잘 때면 이부자리를 펼칩니다. 이불을 펴고 개는 일이 다소 번잡스럽기는 하지만 잠자리로는 만족입니다.


나는 결혼 전까지만 해도 바닥에서 잠을 잤습니다. 침대는 나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어려서부터 온돌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침대는 서양 사람들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지금이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침대가 가정의 필수품이 되었지만, 사오십 년 전만 해도 이용하는 가정이 많지 않았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면 호텔이나 부유한 가정의 방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침대를 사겠다고 했을 때 나는 반대를 했습니다.


“한국 사람은 바닥에서 자야 편하지.”


우리는 온돌문화에 익숙하지만, 서양의 경우는 온돌이 없다 보니 냉기를 막기 위해서는 침대가 필요했습니다.


결국 침대를 마련했습니다. 누워보니 푹신하고 촉감이 좋습니다. 하지만 곧 이게 아니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뻐근하고 불편합니다. 온돌에 익숙해진 결과입니다. 불평하면서도 함께 침대 생활을 했습니다. 그동안 침대를 세 번 바꾸었습니다. 낡기도 했지만, 잠자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좀 더 큰 침대가 필요했습니다.


“그냥 쓰지 뭐.”


침대를 바꿀 때마다 하는 말입니다. 바닥이 더 따스해서 좋은데 하는 불평을 섞었습니다. 어릴 때의 추억입니다. 추운 겨울 방안의 아랫목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늑한 장소입니다. 밖에 나갔다 들어와 누우면 이 세상 어느 곳도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습니다.


또 다른 추억이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서울에서의 생활입니다. 난방 및 취사로 연탄을 사용하던 시절입니다. 저녁을 먹을 때면 가끔 함께하지 못하는 식구가 있습니다. 늦게 귀가하는 식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따스한 밥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밥이 담긴 그릇에 뚜껑을 덮어 식지 않도록 아랫목 이불속에 넣어둡니다. 늦게 돌아온 식구는 따뜻한 밥을 먹으며 언 몸을 녹입니다.


아내와 나는 잠자리에서 서로를 편하게 하려다 보니 모르는 사이에 가운데를 비워두게 되었습니다.


“떨어지겠어, 가운데로 와.”


서로에게 같은 말을 합니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나는 아랫목 예찬을 하며 잠자리를 바닥으로 옮겼습니다. 함께 자다가는 또 떨어지는 일이 발생할지 모릅니다. 운이 좋아 별일이 없었지만, 다음도 괜찮으리라 장담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침대를 하나 더 구입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온돌바닥을 그리워합니다. 잠을 자다 보면 내 체온과 바닥의 온기가 합쳐 아랫목의 열기를 만들어 냅니다.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요가 매트를 꺼내 바닥에 깔았습니다. 일석이조(一石二鳥)입니다. 온기를 살려주고 스트레칭할 수도 있어 좋습니다. 안전을 생각하고 건강도 챙길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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