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6. 저축 20230106

by 지금은

‘새로운 저축’


새해에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던 중 앞순위에 무엇을 올릴까 하다가 ‘웃음 저축’이란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빈털터리나 다름없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비어있는 공간을 채워봐야겠습니다. 깊이가 깊은 만큼 채우는 기간이 길어짐을 각오해야겠습니다. 제발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되지 않기를…….


지난해부터 생각한 일이지만 몇 번의 실천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웃음, 미소.’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로일로(一怒一老)라는 말이 유행했던 때가 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살자는 의미입니다. 내 나이 삼십 대쯤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 온 힘을 기울일 시기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고된 삶에 힘들어했습니다. 정부나 기업에서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독촉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습니다.


옆의 동료는 문구가 좋다며 신문 사설의 제목을 크게 써서 사무실 책상 유리판 밑에 넣었습니다. 수시로 보면서 마음을 다독이고 싶다고 했습니다.


“뭐 한 거요, 나를 놀리는 거 아닌가.”


직장 상사가 글귀를 가리키며 당장 빼버리라고 소리쳤습니다. 뭔가 스스로 집히는 게 있었던 모양입니다.


직원들이 모이면 한동안 소곤댔습니다.


“웃는 모습 한 번이라도 보았으면 좋겠어.”


“우거지 인상이나 쓰지 않았으면.”


무엇이 못마땅한지 늘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한 마디로 인상파입니다. 불만은 불만을 낳는다고 상급자의 불만처럼 직원들의 불만도 그만큼 쌓여갔습니다. 생각해 보니 소통의 부재입니다. 군사독재의 시절 하달이 전부였던 것처럼 직장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글귀를 제거하지 않자, 며칠을 두고 면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의 입장에서 상황을 설명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미운털이 박혔나 봐.”


동료는 글귀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몇 년 전입니다. 어느 날 거울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늘 내 모습을 비춰보는 거울이지만 보지 못한 내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꽉 다문 입, 말려들어 간 입술, 처진 입꼬리.’


깜짝 놀랐습니다. 그동안 내 모습에서 보아 온 것은 무엇인가. 눈코입귀 중 입은 거울 속에 없었나 봅니다. 속 모습은 고사하고 외양마저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상사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 사람을 흉볼 입장이 아닙니다.


웃음을 달라고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웃음을 떠올립니다. 작년의 실패가 나를 두렵게 합니다. 내가 독서에 길든 것처럼 버릇을 길러야겠습니다. 일일삼성(一日三省)을 가슴에 두려고 했지만, 곧잘 잊어버리는 수가 있어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아, 그거였어.’


작년 버킷리스트 일 순위가 안착한 것처럼 같은 시도를 해야겠습니다. 그림입니다. 원하는 그림을 잘 그려보고 싶은데 잘되지 않았습니다. 무작정 공책을 펼쳤습니다. 유아기의 아이처럼 무의식적으로 연필을 놀렸습니다. 그림인지 낙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무심코 손을 놀렸습니다. 일 년 동안 두 권을 채웠습니다. 상상의 스케치입니다.


책장에서 여분의 공책을 꺼냈습니다. 시작입니다.


‘웃는 얼굴, 미소 짓는 얼굴.


쓱쓱 이삼 분 스케치입니다. 오늘도 한 장입니다.


첫 페이지로 돌아가 한 번 미소를 지었습니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며 따라 웃습니다. 모두 여섯 번입니다. 페이지 수가 늘 때마다 미소나 웃음이 한 번씩 더해집니다. 내일은 일곱 번입니다. 가장 좋은 만족은 순간순간 찾아오는 기쁨이라고 했습니다. 하나의 긴 환희보다 여러 개의 짧은 환희가 반복될수록 삶의 질은 높아진다고 합니다.


나는 말이 적은 편입니다. 말수가 적다 보니 말재주 또한 없습니다. 내년에는 상대편의 말에 365번의 미소로 답해볼까 합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만, 곧잘 잊어버리는 수가 있어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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