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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28. 내일은 초복인 거야 20210710

by 지금은

노란 오이꽃 막 떨어졌습니다. 어느새 덥습니다.


“뭐야, 오이냉국 한 거야.”


식구들 마당 한가운데 둘러앉았습니다. 국그릇 대신 냉국을 하나씩 차지했습니다. 송송 썬 오이 가닥이 뗏목처럼 물을 가렸습니다. 깨소금이 빈틈을 파고들었습니다. 식초도 한 방울 떨어뜨렸습니다. 후루룩 국물을 들이켜자 내려다보던 달이 입맛을 다십니다. 이때입니다. 눈치를 보던 별들이 재빨리 국그릇 속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 많은 별이 국그릇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들에게도 기회는 주어야 합니다. 숟가락을 들어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배가 통통해진 별들이 숟가락을 따라 입으로 들어갑니다.


“내일이 복날 맞아요.”


알지도 못하면서 짐작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내는 더운데 냉국이나 만들어 먹어야겠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냉국을 좋아하느냐는 말에 마시는 것은 다 좋아한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새벽에 큰소리치던 천둥의 여운이 남아있는지 하늘은 기를 펴지 못했습니다. 오락가락 빗방울이 내 곁을 떠날 줄 모릅니다. 냉국이 나왔지만 서운합니다. 달도 없고 별도 없습니다. 빗방울만이 까치발을 떼고 창에 매달려 나를 엿봅니다.


‘뭐, 생각은 있는 거야.’


눈만 말똥말똥 뜬 채로 말이 없습니다.


‘내일 복날인 거 알아’


나와 눈이 마주치자, 빗방울이 쪼르르 미끄럼을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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