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소통 20210723
늦은 오후 산책을 해야겠다고 집을 나섰습니다. 한낮의 열기는 뜨거웠지만 해거름이 시작되면서 바람기가 내 몸을 감쌉니다. 잔디 광장을 지나다가 클로버가 보입니다. 잠시 멈춰 서서 행운을 찾아볼 셈입니다. 나에게 다가올까? 세 잎 클로버 사이를 천천히 훑어봅니다.
이때 뭔가 풀썩하고 클로버 군집에 떨어졌습니다. 테니스공입니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꼬마 아이가 뛰어옵니다. 공을 집어 살며시 그의 품을 향해 던졌습니다. 공을 받아 든 그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몸을 되돌립니다. 아버지와 공을 주고받는 놀이를 하는 중입니다. 옆에는 야구 배트도 있습니다. 아이는 아버지를 향해 있는 힘껏 공을 던졌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향해 강약을 조절하며 공을 던져줍니다. 석양이 잔디밭을 곱게 물들입니다. 그들의 다정함을 긴 그림자가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소통이란 공을 잘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 이어달리기할 때 뒷사람이 바통을 잘 전달해 주는 것, 예를 들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라는 속담도 그렇습니다. 좋은 소통이란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말하는 것에 앞서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나는 체육 시간이면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공놀이할 때면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강조점을 둡니다. 물론 던져주는 공을 잘 받아야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던져주는 사람의 마음가짐입니다. 아무리 공을 받는 데 자신이 있는 사람도 공을 반대편으로 던져준다면 능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받아야 하는 것을 게을리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상호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이심전심이면 좋겠습니다. 서로 상대편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나는 농구나 핸드볼, 축구 등을 비롯한 구기 경기를 자주 봅니다. 그들은 같은 편의 사람이 받기 좋은 곳으로 패스하려고 노력합니다. 속도와 방향을 생각하여 공을 보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획된 짜임에 따라 활동하지만 그래도 실수하는 경우가 있게 마련입니다.
완전한 소통이란 없습니다. 단지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뿐입니다. 가끔 우리는 주위에서 다툼을 목격합니다. 종종 드라마에서도 보게 됩니다.
‘저 사람들이 왜 이러지.’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의견 충돌이 없었다면 거짓말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내 처지에서만 생각을 했기에 무조건 내가 옳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정리된 다음에 깨닫습니다.
‘이렇게 해야 했는데.’
상대편의 입장이거나 삼자의 입장에 서봅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해야 했습니다.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서로 상처를 입었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나이를 먹어갑니다. 어디를 가든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노인 축에 끼어야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거나 명사들의 강의를 들어보면 종종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 합니다. 아니 강조합니다.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공을 잘 던져주는 자세가 필요한 것 못지않게 감사하는 마음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소통!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고집 센 늙은이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아침저녁으로 ‘오늘’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모든 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