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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66. 이상한 식사 20210729

by 지금은 Dec 03. 2024

아들이 여름휴가를 얻었습니다. 오랜만에 외식하기로 했나 봅니다. 도서관에서 돌아오자, 아내가 귀띔해 줍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아들과의 약속이 이루어졌음이 분명합니다. 내가 일어서자, 아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뒤를 따랐습니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잘됐습니다. 늘 식사 준비를 하느라 신경 쓰는데 가끔은 외식도 있어야 합니다. 평소에 가끔 부추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음식점에 들어서자, 종업원이 문가에서 우리를 제지합니다. 오후 여섯 시가 지났으니 두 사람밖에 입장할 수 없습니다. 우리 식구는 세 명입니다. 나는 주춤하고 얼어붙듯 제자리에 멈췄습니다. 어쩔 수 없으니 돌아갈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아들이 나섰습니다.


“저쪽, 이쪽 나누어 앉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제야 종업원은 이쪽으로, 저쪽으로 하며 자리를 배정해 주었습니다. 종업원이 할 말을 아들이 대신해 준 셈입니다. 아내와 내가 한 식탁에, 아들은 저쪽의 식탁을 차지했습니다. 자리가 달라진 것처럼 음식 주문도 달랐습니다. 출발할 때는 모두 차가운 음식을 먹기로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뜨거운 음식을 아들은 차가운 음식을 먹었습니다. 전번에 우리 부부가 이곳에서 찬 음식을 먹었는데 추웠던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음식이 차갑기도 하지만 실내의 온도가 낮았습니다. 식사를 부지런히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더운 날씨가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식사하는 중에 다른 가족이 들어왔습니다. 종업원은 조금 전 우리에게 했던 말을 합니다.


“두 사람 이상은 받을 수 없습니다.”


주인이 아니라서, 아니면 요령이 부족해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빈 식탁이 많으니 두 사람씩 나눠 앉히면 될 텐데 말입니다. 노인을 모시고 온 가족은 우리와 같은 말을 합니다. 


“할머니와 네가 같이 앉아.”


언니가 혼자 앉았습니다. 우리와 같은 꼴이 되었습니다. 식사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 집 식구들도 잠시 이산가족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찰나 중년 여인이 들어왔습니다. 그 애들의 어머니입니다. 짝이 맞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아들처럼 홀로 밥을 먹는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빚어낸 상황입니다. 정부에서의 ‘거리 두기 지침’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장사의 어려움은 있지만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고객으로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앉아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식사를 했는지는 모릅니다.


“뜨거운 음식을 먹기를 잘했지.”


서둘러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됐습니다. 출입문을 열고 나왔을 때 따스한 온기가 느끼지 않았습니다. 식사하러 오기 전과는 달리 마음속에 알맞은 온도입니다. 아내와 내가 속삭입니다.


“오늘은 실내가 춥지도 않고 바깥도 덥지도 않아요.”


“그러게요, 가을이 벌써 우리의 마음을 알아차린 게 아닐까요.”


바닷가로 노을이 물듭니다. 아직은 여름입니다. 말복이 남았습니다. 집 가까이 왔을 때입니다. 더위가 어느새 적색 신호등 앞에서 길목을 지키고 있습니다.


‘차가운 콩국수를 먹을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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