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1 그날

79. 그랬으면 좋겠다 20210808

by 지금은

‘네가 나였으면 좋겠다.’

그의 덕성이나 외모, 하는 일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부럽다.'


부드러움이 있고 때로는 카리스마까지 있으니 닮고 싶습니다. 저 사람은 왜 그렇게 일이 잘 풀리냐고 하는 생각에 때로는 시샘이 생기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 TV에서 요리를 가르쳐준 사람입니다. 화사한 외모에 음식솜씨며 말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뚝딱 차려진 음식에 저절로 입맛이 다셔집니다. 서예까지 잘한다니 다시 얼굴을 쳐다봅니다. 같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배구 경기를 보았습니다. 올림픽 마지막 날입니다. 금메달이 결정되는 게임입니다. 미녀 새가 날아올라 상대방을 향해 강스파이크를 내리꽂았습니다. ‘와아’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습니다. 잘생긴 외모에 저런 힘까지 갖추고 있다니, 데이트를 신청할 나이가 아니면서도 눈이 줄기차게 그녀를 따라다닙니다.


누군가 말했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좋은 걸 어떻게.’ 노래 제목도 있지 않습니까. 상황에 따라 나는 마음이 흔들립니다. 이런 사람을 보면 이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저런 사람을 보면 저런 사람이 부럽습니다. 홍길동이라도 되고,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이라도 되고 싶습니다. 내가 변신술의 대가라도 된다면 그 사람처럼 되지 않을까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그런 건 아니지.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겉에 보이는 결과만을 따라다녔을 뿐입니다. 내면의 모습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외모, 품성, 재능이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대장장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입니다. 학교 근처에 대장간이 있었습니다. 가끔 대장간 문 앞에 서서 안의 모습을 살피곤 했습니다. 마당에는 늘 쇠붙이의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대장간의 쇠 두드리는 소리가 며칠 들리면 아침에는 물건의 숫자가 늘었습니다. 칼, 낫, 호미, 괭이, 쇠스랑……. 농사철입니다.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동네 사람들은 장날이 되면 물건을 팔고 사기 위해 등짐을 지고, 보따리를 이고 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들은 이것저것 필요한 생필품을 사 왔지만, 대장간이 몇 군데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기구만큼은 사 오는 일이 없습니다. 모두 학교 근처의 하나밖에 없는 대장간을 단골로 삼았습니다. 가까운 이점이 있어서였을까, 아닙니다. 다른 고장의 사람들도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기술과 친절입니다.


하나의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번의 두드림이 필요하고 수많은 담금질이 있어야 합니다. 얼굴에는 늘 땀방울이 맺혀있고 등은 젖어있었습니다. 손등은 참나무의 껍질처럼 거칠었고 상처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반복에 반복하며 지혜와 기술을 터득했습니다. 마당에 진열된 물건들은 부단한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물입니다. 물건의 외양도 좋지만, 사용기간이 길었습니다. 늙은 대장장이의 연륜이 스며있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 출신인 유명한 발레리나의 발을 본 일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수석 무용수입니다. 상처를 안고 있는 변형된 발입니다. 겉의 화려함 속에 감춰진 그늘이 있습니다. 이 세상의 화려해 보이는 것들은 거저 된 것이 없습니다. 고난 속에 눈물과 땀과 피가 이루어 낸 결과물입니다.


‘그랬으면 좋겠다.’


생각은 생각일 뿐입니다. 부러우면 해보는 겁니다. 샘나는 만큼 공을 들여야 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1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