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농담이 20210809
일이 꼬이려면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농담한 것이 공교롭게도 분란을 일으키게 됐습니다. 특히 금전과 연관이 되었으니 참 난감하게 됐습니다.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코로나가 19가 발생하기 전 우리 부부는 외국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세계 여러 나라의 여행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유럽을 몇 차례 여행했지만 서로의 뜻이 맞아 다시 그곳으로 가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여행사를 알아보고 소개하는 여행지를 물색한 결과 코카서스 지방을 선택했습니다. 코카서스 삼국이라 일컫는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를 둘러볼 계획입니다. 지형을 살펴보니 산세가 험합니다. 이곳의 특징은 수려한 자연경관입니다. 지난해 십이월에 결정하고 예약했습니다. 날이 지날수록 기대감에 들떠 틈틈이 지리를 익히고 역사와 문물에 관해서도 관심을 두고 살펴보았습니다.
삼월입니다. 어느 날 사촌 형이 안부 전화를 했습니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다가 여행에 대한 말을 꺼냈습니다.
“올해 함께 어디 가보지 않을 거야.”
“코카서스 쪽으로 가보면 어떨까 하는데요.”
함께 가자고 하니 반갑습니다. 전에도 두 번이나 부부 동반으로 여행했습니다. 말동무도 되고 서로 의지가 되었습니다. 이야깃거리가 더 늘어났습니다.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 주다 보니 여행의 기록을 많이 남겼습니다.
대강의 얼개를 이야기했지만, 형은 좀 더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며칠 후 전화가 왔습니다. 경로가 비슷한데 여행비용이 높답니다. 가성비를 생각하니 내가 말한 여행경로가 더 합당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조금 더 생각을 해봅시다.”
의논 끝에 결정하고 예약하기로 했습니다.
“빨리 예약해요. 인원수의 증가에 따라 금액이 상향될 수 있습니다.”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언제 예약했느냐고 하기에 조금 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예약한 금액보다 십만 원이나 비싸답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여행비는 변동이 없었습니다. ‘헉’ 이럴 수가……. 순간적으로 당황이 되었습니다. 분명 오늘 예약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모르는 척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지난해 십이월이라고 하네요.”
형의 목소리가 달라졌습니다.
“저번에 말했을 때 곧바로 예약하라고 하지. 예약을 미리 하고 의논해 보자고 한 거야.”
할 말이 없습니다. 농담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이실직고하면 좋았을 걸, 일이 더욱 꼬였습니다. 아내와의 다툼 때문에 의사소통이 안 됐다고 말했습니다. 문제가 있기는 했습니다. 일 가구 이 주택으로 정부의 시책에 귀가 솔깃해 전에 살던 집을 팔았습니다. 이를 두고 아내와 한동안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형은 의리의 문제를 들먹였습니다. 무조건 미안하다고 납작 엎드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행사에 사정을 이야기했으나 우리가 예약했던 금액에 맞춰줄 수 없다고 합니다. 형도 의사를 전달했으나 마찬가지입니다. 보름 정도가 지났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의 우려로 사람들이 예약을 포기하는 일이 늘어나자, 여행사는 우리의 의견을 들어주었습니다. 껄끄러운 마음이 다소 풀렸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상이 생긴 여행은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전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세계의 비행길이 막혔습니다. 여행사가 여행경비를 자진 환불하는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메일이 왔다.
“환불받은 거야.”
“환불해주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이번은 인연이 아닌가 봐. 여행이 활성화되면 계획을 잘 짜보자고.”
“좋아요.”
농담이 이렇게 꼬일 줄이야. 나는 농담을 잘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갑자기 선무당 사람 잡는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농담도 섣불리 할 일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필이면 그날 가격이 오를 게 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