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11. 첫 출근 20230111

by 지금은

“출근합니다.”


“도서관.”


“아니.”


가방을 들었습니다. 목적지를 밝히지 않으니 궁금한가 봅니다. 현관문을 여는 사이에 다시 묻습니다.


“카페에 가요.”


내가 가는 곳은 정확히 말해 ‘Tea House’입니다. 아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제는 글을 한 편 쓰려고 했는데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시간만 낭비했습니다. 쓰기는 해야겠는데 막막합니다.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신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생활 기삿거리 중에 쓸 만한 것이 있을지 모릅니다. 다시 오피니언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마땅한 소재거리가 없습니다.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허탕을 쳤군.’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자리를 옮겨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소재를 찾는 방법 중의 한 항목입니다. 내일은 노트북을 들고 ‘찻집’를 찾아가야지, 가야지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말았습니다. 새 노트북을 구입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원래의 목적에 맞지 않게 집안에서만 지냈습니다, 내가 찾아가는 곳, 어디서나 짬이 있으면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식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아니 나와의 약속입니다.


첫발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발걸음을 떼는 순간 걷게 됩니다. 찻집에 들어서자 잠시 시끄럽습니다. 몇 사람이 커피를 사이에 두고 잡담하고 중학생 또래의 아이들이 재잘거립니다. 내가 노트북을 펼치자,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됩니다. 말소리가 낮아집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잔잔히 귀를 울립니다. 키보드를 두드리자, 그들은 떠났습니다. 다음 일정이 있어서인지 나를 위한 배려인지 모르겠습니다. 그저께 다 마치지 못한 원고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마감해야겠습니다. 손가락이 마음을 따라갑니다. 장소를 옮긴 보람이 있어서일까요. 수월하게 끝을 맺었습니다.


무인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 잔 뽑았습니다. 주민을 위한 곳이라서 값이 저렴합니다.


‘호사하네.’


따뜻한 잔을 손에 들었습니다. 막 영감이 떠오를 것만 같습니다. ‘음악 감상과 커피’ 낭만이란 단어를 끌어와도 되지 않겠습니까. 오늘따라 미세먼지도 주춤한 듯합니다. 보드라운 햇살이 유리 벽을 뚫고 내 등까지 찾아왔습니다. 집이 코앞인데 하는 생각에 그동안 이곳에 잠시 머물 경우 차 마시는 것을 생략했습니다.


한 젊은이가 차를 뽑고 곧바로 떠났습니다. 나 혼자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 한 중년의 여자가 안을 기웃거립니다. 유모차를 끌고 왔습니다. 손에는 작은 비닐봉지가 들려있습니다.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습니다.


‘강아지.’


잠시 머뭇거리던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화장실로 들어가겠지요. 뒤쪽이니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후 자판기에서 소리가 납니다. 슬그머니 곁눈질했습니다. 커피를 뽑고 있습니다. 한동안 조용합니다. 컵을 기울이고 있겠지요. 흰머리의 나를 눈여겨볼지도 모릅니다.


‘늙은이가 낯설게 웬 키보드를 두드리는 거야.’


괜히 신경이 쓰입니다. 뒤편에 앉아있으니 볼 수가 없습니다. 저 여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슬그머니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아차, 눈이 마주칠 게 뭐람.


어쩌겠습니까. 어색함을 잊어보려고 목례했습니다. 그녀도 목례하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조금만 참으면 될걸.’


괜히 내쫓는 꼴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입문이 열렸습니다. 햇살이 그녀를 배웅합니다.


어느새 정오가 지났습니다.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배꼽시계가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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