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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2. 화상 교육 20200915

by 지금은

통신과 함께 컴퓨터와 휴대전화는 발전은 인류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사람들이 마주하지 않고도 얼굴을 보며 세상 어디에서나 정보를 주고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개개인의 면담은 물론 대중과의 의사 교환도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편리함이 오늘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강의 시간이 되어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주춤주춤 하는 사이 메일이 떴습니다.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문자입니다. 강사도 접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걱정합니다. 관리자의 문자가 뜹니다.


“접속이 안 되는 분은 전화를 주십시오.”


다시 기다리라는 안내입니다. 통신에 장애가 생겼나 봅니다. 이제나저제나 하며 기다립니다. 복구되면 알림 문자가 뜨겠지 하는 생각입니다. 오 분이 지나고 십 분이 지났습니다. 다시 삼십 분이 지났습니다. 더 이상 기다리기가 싫습니다. 순간순간 확인하며 다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수업이 끝날 시간까지도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모두 수업하지 못했으리라 짐작했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한 수강생이 작품을 완성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습니다. 연이어 몇 사람의 작품도 나타났습니다.


‘뭐야, 수업이 이루어졌던 거야.’


나와 처지가 같은 사람도 있었나 봅니다. 사이트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수업했냐는 문자가 떴습니다. ‘저도요’하는 말을 남겼습니다.


오늘은 등을 만드는 자료를 가지고 조립했습니다. 나는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설명서를 보면 완성할 것 같아서 책상 위에 물건들을 순서에 맞게 하나씩 하나씩 나열했습니다. 곧 할 수 있다는 마음은 실제와 달랐습니다. 꽤 까다롭습니다. 몇 사람이 조립하여 사진을 올린 것을 본보기로 했지만,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오후쯤이면 많은 수강생의 작품을 볼 수 있으니, 짐작되고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합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화상교육을 했지만 처음 맞이한 시행착오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담당자가 전화하라고 했는데 말을 잘 들은 사람들만 다른 방법으로 수강을 할 수 있게 해 주었을까요. 전체적인 안내가 있으리라 여겼는데 내 짐작이었는지 모릅니다.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문구는 없습니다.


통신매체의 발달은 인류의 활동을 여러 면에서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지구촌 간의 거리를 좁혔고, 시간과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발전될수록 사람이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은 점점 늘어납니다. 한 번의 기기 조작에 따른 실수는 많은 것들을 일순간에 날려버리기도 합니다. 나는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친 것이 많습니다. 프로그램의 사용 방법을 완전히 습득하기 전까지는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 놓은 기획물들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한글 프로그램에 서툴렀던 나는 속상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애써 써놓은 글을 일순간에 날려버렸습니다.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작업을 종료했습니다. 또 다른 경우는 부지런히 써가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원고가 몽땅 사라진 일도 있습니다. 내용이 적을 경우라면 생각을 더듬어 다시 완성해도 되지만 분량이 많은 경우는 며칠을 다시 작업해야 했습니다. 허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는 차라리 수기로 했더라면 마음이 머릿속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사진의 편집도 그렇습니다. 책을 만들어 보겠다고 찍은 사진들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사라진 일도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또 순간적인 실수에서 생긴 일입니다. 컴퓨터의 분야는 그 활용범위가 넓어서 내 경우 따라가기가 버겁습니다. 몇 가지만으로도 활용하기가 벅찹니다. 시간을 내어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배우고 싶지만, 컴퓨터에만 매달릴 수 없으니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세월은 나이에 비례해서 점점 빨라진다더니만 그 이상인가 봅니다. 월요일인가 했는데 어느새 금요일이 됩니다. 정초인가 했는데 벌써 구월의 중순에 이르렀습니다. 설을 보낸 지가 엊그제 같은데 추석이 목전에 다다랐습니다.


코로나의 확산은 사람들의 활동을 위축시켰지만, 컴퓨터의 활용은 더 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화상교육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을 절약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세세한 것들을 챙기는 면에서는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작품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이해를 못 하는 수강생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화면에 올리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나의 경우 아예 참석을 못 했습니다. 교실에서 직접 강사와 얼굴을 마주했다면 그의 조언과 손길이 도움을 주었을 것입니다. 한결 수월했으리라 짐작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원인을 알아보아야 합니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강의가 끝났다고 포기하기에는 마음이 허락지 않습니다. 부딪쳐 때로는 넘어지고 엎어지면서도 일어나 앞으로 나가는 겁니다.


‘하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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