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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1. 귀찮음의 세계 20211002

by 지금은

‘욕심이 있어야 인생이 있다.’


연암 박지원의 말입니다.


아무런 욕망이 없다는 것은 재앙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귀찮다고 모든 일을 미루었다가는 인류가 멸망의 길을 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내가 숙제를 안 것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입니다. 집으로 돌아오자, 친구들과 놀고 싶은 생각에 숙제를 뒤로 미루었습니다. 늦도록 놀다 보니 저녁을 먹은 후 졸음이 밀려왔습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야겠습니다. 다음날 학교에 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늦잠을 잤으니, 숙제할 시간이 없습니다.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학교를 향해 달렸습니다. 뒷일이야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 후로도 가끔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쩌다 선생님이 숙제 검사를 하지 않는 관계로 벌을 모면한 때가 있기는 했지만, 이럴 경우는 종례 할 때까지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사람은 늘 숙제를 안고 살아갑니다. 내가 자청해서 해야 할 숙제도 있고 남이 나에게 시켜서 하는 숙제도 있습니다. 숙제는 귀찮은 존재입니다. 인생은 귀찮음과의 싸움입니다. 이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하기 싫은 것은 귀찮음의 대상입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몇 가지를 말해보겠습니다.

게으른 사람으로 불립니다. 할 일을 뒤로 미룹니다.

더러운 사람입니다. 씻기가 귀찮습니다.


허약한 사람입니다. 먹기가 귀찮습니다.


착한 사람입니다. 남을 괴롭히기 싫습니다.


어려서 할머니께서 해주신 옛날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온종일 먹을 것만 찾고 놀 궁리만 하던 게으름뱅이는 부모님을 속이고 장사를 하겠다고 길을 나섰습니다. 이 사람은 어느 할아버지가 만든 소머리 탈을 썼다가 진짜 소가 됩니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농부에게 팔려가 하루도 쉬지 못하고 힘들게 일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를 먹고 다시 사람이 된 게으름뱅이는 집으로 돌아와 혼자서도 부지런히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게 된 이유는 게으름을 피워서 인지 또는 이야기해 달라고 할머니를 졸라서 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결혼한 후의 일입니다. 바지가 낡아 하나를 새로 하나 샀는데 제법 값이 나가는 물건이었습니다. 물빨래를 할 수 없고 마른 세탁을 해야 하는 소재입니다. 한 철을 입고 나서 세탁소에 맡겼습니다. 토요일입니다. 퇴근해서 돌아온 나는 피곤함에 잠이 들었습니다. 세탁물을 가져왔다는 외침과 함께 대문을 몇 차례 두드립니다.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찾으러 가면 되지.’


며칠 후 세탁물을 찾으러 갔더니 가져다주었다며 날짜와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이때 집에는 나밖에 없었습니다.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세탁소 주인은 다른 집에 잘못 전달되었거나 어떤 착오를 일으켰는지 모릅니다. 귀찮다는 생각을 잠시 버렸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한동안 두고두고 아깝다는 생각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귀찮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결국 멸종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욕망을 갖추어야 합니다. 무엇인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흔히 우리는 욕망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는데 욕망이 없다면 이 세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욕심은 인간의 발전을 가져옵니다. 때로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수십수만 년을 지나오면서 서서히 지구를 지배하는 위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많은 사람이 제각기 생각한 바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기에 나는 지난날의 게으름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나 봅니다. 남들은 쉬고 있는 이 시간에도 무언가 남기고 싶은 욕망에 생각에 생각을 더합니다. 욕망이 없다면 죽은 목숨과 별다름이 없습니다.


윌리엄 S. 클라크의 말입니다.


‘젊은이여, 욕망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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