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사랑 20211003
오늘은 시간에 되어 시티 오브 에인절이(City of Angels)라는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 줄거리를 요약해 봅니다. 심장 전문의사 매기는 자신이 담당하던 환자가 수술 중에 사망하자 죄책감과 무력감에 사로잡힙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절망과 눈물, 슬픔의 힘겨움으로 지쳐갑니다.
이때 매기 앞에 검은 옷을 즐겨 입는 세스가 나타났습니다. 세스는 사실 인간이 아닌 천사입니다. 매기의 환자를 천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온 것이지만, 그는 환자를 위해 열정을 다하는 매기에 점점 빠져듭니다. 매기 역시 사랑을 느끼지만,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존재인 세스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두 사람은 천사와 인간 사이의 넘을 수 없는 장벽을 실감하면서도 결국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매기를 너무나 사랑한 세스는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 천사의 삶을 포기하고 인간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인간과 사랑에 빠져 인간이 된 천사, 세스는 인간이기에 겪어야만 하는 시련에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슬픔이나 고통 없이 영원한 삶을 살 수 있었던 세스가 극한의 아픔 속에서도 인간이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 것은 사랑하는 이와 한순간이라도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것일까요? 가끔 나는 혼돈에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청소년기에 무서움을 참아가면서 즐겨보았던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있습니다.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우선 화면이 흑백입니다. 안개가 피어오르고 검은 옷을 입은 저승사자가 나타납니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승사자에 관심을 가져보았습니다. 오직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 수 있는 사람은 검은 옷을 입은 이 사람입니다. 저승에서 제일 높은 지위에 있다는 옥황상제도 이승에 와봤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저승사자가 잡아가면 어쩌려고 그래.”
우리 할머니는 가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잘못을 저지르거나 나쁜 짓을 하면 잠자리에 들었을 때 붙잡아 갈 수도 있다고 은근히 겁을 주셨습니다. 나는 어쩌다 잘못을 저지른 날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밤잠을 설치는 때가 있었습니다. 잡혀가지 않으려고 집안 식구들의 틈에 꼭 붙어 잠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무섭게 보이는 저승사자도 외양과 달리 천사처럼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죽은 자를 데리러 왔지만 가끔은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때로는 저승의 문턱에서 사자를 돌려보내는 일도 있습니다. 아직은 천사처럼 사랑을 느끼는 모습을 어느 곳에서도 찾아내지는 못했어도 사랑의 감정을 어느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사랑은 가장 따뜻하고 바람직한 인간관계입니다. 가슴을 가진 사람, 그리고 영성을 갖춘 사람이 서로 유대 또는 사귐을 갖는 것이고, 그것들을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곧 사랑입니다. 우리는 ‘정을 주고받는다’고 한 것은 이런 면에서 뜻깊은 말입니다.
사랑은 위대합니다. 종교나 미신의 이야기가 아니어도 우리의 현실에서 보이는 사랑의 이야기는 뭍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주변에 사랑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는지 모릅니다. 천사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까지 있는 것을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인어공주의 이야기처럼 사랑이라고 해서 늘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아름다운 사랑도 있지만 슬프고 아린 때도 있습니다. 사랑은 추억으로 간직됩니다. 언제나 순간의 아름다움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사랑은 무엇이었지? 지난날을 더듬어 보니 크고 작은 사랑이 나를 찾아옵니다. 애증의 순간들입니다. ‘안 보면 보고 싶어지고 보면 시들하고’ 이런 때가 있었는가 하면 지나버린 순간이 아쉬워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불타오르는 때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랑의 이야기를 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남녀 간의 사랑이 가장 극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애정행각에 빠져들고 다른 남녀 간의 사랑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나는 영화를 보고 한 때 주인공의 아름다운 모습과 다정한 마음씨에 반해 죽은 자와의 사랑을 생각해 본 때는 있지만 실천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천사와의 사랑, 죽은 자와의 영적인 사랑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인간과 인간의 사랑이라고 여겨집니다.
요즈음 우리 주위에는 천사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면서부터 천사의 집이 계속 늘어납니다. 천사 호 집에는 ‘세스’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웃고자 해 본 말입니다. 나는 그 많은 아파트 중에 아직 천사 호를 방문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 확인해 볼 기회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인간과 인간의 사랑이든, 천사와 인간의 사랑이든, 천사와 천사의 사랑이든 사랑은 아름다움입니다. 사랑이 얼마나 좋은 것이면 너와 나의 사랑으로도 모자라 이룰 수 없는 이승과 저승의 사랑까지도 그렸겠습니까.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요? 추억을 되살리고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