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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9. 파동 20211111

by 지금은

요 며칠 사이 물류 대란을 걱정합니다. 이름마저 생소한 ‘요소수(尿素水)’ 때문입니다. 며칠 동안 TV는 물론 신문에 대서특필이 되었습니다. 처음 알았습니다. 화물차에 쓰이는 물이라고 합니다. 요소수가 없으면 화물차가 움직일 수 없다고 합니다. 궁금해서 인터넷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요소수는 “요소”와 “물”이 혼합된 액체입니다. 자동차, 선박, 건설기계 등 디젤엔진 장착 되어있는 장비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의 농도를 낮추어 주는 역할을 하는 요소 물입니다. 환경보호와 관련이 있습니다. 요소수의 요소는 주로 석탄이나 납사를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요소수는 질산 산화물과 만나면 질소와 물로 환원되며, 디젤 자동차의 깨끗한 배기가스 배출을 위한 시스템의 핵심입니다. 파동의 원인을 알아보았더니 중국의 석탄 수급 부족에서 생산량이 줄어든 탓입니다. 요소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다 보니 야기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있지만 수지가 맞지 않아 생산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용이야 다르지만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회로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공정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독성이 있는 부식성 기체입니다. 국내에서는 환경규제로 생산이 쉽지 않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오래 보관할 때 물질 특성이 바뀌기 때문에 필요한 양만큼만 수입해 사용합니다. 고순도의 불화수소는 에칭가스(etching gas)라고도 부릅니다. 에칭가스를 사용하면 생산량 대비 결함이 없는 제품 비율인 수율이 높아지고 품질도 신뢰할 수 있게 됩니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대부분 일본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수입에 의존해 오던 불화수소가 끊겼습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의 수단 중 하나로 2019년 7월 불화수소의 수출을 규제했습니다. 국가 간의 의견대립으로 빚어진 무역 보복입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한동안 홍역을 치렀습니다. 정부는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생산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은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다 보니 이러한 일이 가끔 일어납니다. 한 나라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나라에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나라는 나라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앞으로 닥쳐올 위험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국내 생산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와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의 생산량이 포화하여 일어나는 결과입니다. 특히 농작물은 해마다 대란의 연속입니다. 어느 해는 물량이 넘쳐나 생산자들이 판매에 애를 먹고 어느 경우에는 물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해 가격의 급등으로 서민들의 장바구니에 시름을 안깁니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일어나는 결과입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신경을 쓰지만 생산자들의 이기심이나 불순한 기후 변동으로 사태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과 올해는 달걀 파동을 겪고 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많은 닭이 죽자, 달걀값이 폭등했습니다. 나라에서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수입을 늘렸지만, 한동안 금값이 되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사람들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1976년인가 아니면 다음 해의 일입니다. 정확하게는 두 번째 학교에서 근무할 때입니다. 학교 주변에 양계장이 있습니다. 위의 경우와는 달리 달걀값이 폭락했습니다. 수익이 좋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양계업에 뛰어든 결과 하락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판매처를 잃은 싱싱한 달걀들이 버려지고 산란계를 땅에 묻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해 얼마 전부터 국가에서 닭을 매몰 처분하는 것과 같은 비슷한 현상이었습니다.


어느 날 학교의 담장과 이웃하는 양계장을 찾아갔습니다.


“달걀을 사러 왔습니다.”


한판을 사려고 했는데 세 판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냥 가져가라는 말에 돌아서려는데 막아섭니다. 그냥 주고 싶었는데 싫다고 하니 껌값만 받겠다고 합니다. 나는 숙직을 하는 날이면 한동안 어김없이 양계장을 찾았습니다. 버려지는 것이니 이왕이면 몇 푼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저녁과 다음 날 아침은 달걀로 식사를 대신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달걀 한 판은 직원들의 간식이 되었습니다. 두 판은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전의 일입니다. 닭으로 인해 학교와 양계농가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위생의 문제입니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봄, 여름, 가을 내내 파리가 학교에 들끓었습니다. 낙후된 영농기술 때문이라는 생각됩니다. 학부모들의 항의에 교실의 창문에 붙박이 모기장을 설치해 주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의 실내외 출입은 당연히 파리를 불러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점심시간이면 홍역을 치릅니다. 파리 떼가 도시락에 달려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을 양계농가에서도 알고 있지만 그 시절에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다만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 학부모들의 항의에 대항했습니다.


나는 학교를 떠날 때까지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분쟁으로 외면만 할 줄 알았던 내가 어려운 처지를 이해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큰 보탬이 되지는 못했지만, 미약하나마 달걀을 소비해 주는 고객이었습니다. 귀찮기도 하지만 퇴근할 때면 종종 몇 판씩 들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결혼 전이니, 식구들의 반찬이나 간식이 되고 이웃들에게 선심을 쓰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수요와 공급은 늘 균형을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다양한 변수들이 방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간의 지혜로 극복할 수 있기도 하지만 불가능한 예도 있습니다. 신의 영역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우리의 노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면 늘 준비하고 앞날을 예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지금 요소수보다 더 큰 악재가 발생했습니다. 집값의 폭등입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일어난 현상입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은 집 없는 자의 고민을 슬픔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안정을 유지하던 부동산 가격이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습니다. 어느 지역은 삼사 배나 뛰었습니다. 팔억 원을 유지하던 매물이 삼십이억이라니……. 정부의 잘못된 시책이 불러온 결과입니다. 주택 부족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어찌하겠습니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다’는 속담이 있기는 하지만 소를 잃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늦었다면 외양간이라도 잘 고치고 소를 잘 키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모두 고민하고 앞날을 예측하는 지혜를 모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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