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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9. 달고 니스트 20211222

by 지금은

요즘 갑자기 달고나가 인기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입니다. 과거의 유행은 잘 잊히는데 다시 붐을 이루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구멍가게 앞이나 길거리에서 코흘리개를 상대로 달고나를 직접 만들어 팔았습니다. 도구로는 화덕과 연탄불, 별 모양의 삼발이, 국자, 젓가락 등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좀 더 살펴보면 달고나는 1950~60년대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정확한 시작 시기와 장소를 알 수 없으나 그맘때쯤 전국의 길거리 상가나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60년대 중반부터 설탕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포도당 대신 설탕을 사용하는 방식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때부터 뽑기, 달고나의 구분이 모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게에서 달고나(뽑기)를 할 때 틀에 맞춰 그어진 달고나 모양을 쪼개면 성공으로 인정했습니다. 보상으로 하나 더 주는 곳도 있었습니다. 내가 달고나와 뽑기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사실 이에 관해서는 외계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시절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달고나를 한 번도 해본 일이 없습니다. 가끔 가까이에서 바라보기는 했을 뿐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유도 없이 거부감이 심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불량식품이라는 느낌 때문입니다.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속의 달고나가 사람들이 시선을 끌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향수를 불러왔습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달고나를 파는 곳이 많이 늘어났다. 문양 또한 가지각색으로 변모했습니다. 내가 지금 말하려고 하는 것은 배우의 이야기입니다.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는 한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오징어게임 속의 달고나의 인기가 있자 이를 만들어 팔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새로운 창안을 모색했습니다. 기존의 모양을 새롭게 하고 색을 입혔습니다. 어린이나 젊은이들의 호기심을 끌 만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이에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섞었습니다. 그가 만드는 것은 다양합니다. 미리 구상한 것도 있지만 즉석에서 소재를 창작하기도 합니다. 공룡, 오리, 12월에 맞는 크리스마스트리, 산타클로스, 노래방을 연상하는 마이크 등 여러 가지 소재입니다. 그의 무대는 지극히 간소합니다. 옛날의 모습처럼 손수레 행상입니다. 다만 현대에 맞게 분위기를 꾸몄을 뿐입니다.


그는 생계를 위해 달고나를 파는 것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나의 물건, 즉 소품을 만들어 팔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좁은 자판을 무대로 분위기 있는 환경을 꾸미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곁들여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고 잠시 머물기를 유도합니다. 호기심에 달고나를 사려던 남녀 한 쌍이 즉석에서 만들어 준 달고나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릅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함께 장단을 맞춥니다. 웃음꽃이 핍니다. 아이를 상대로는 몇 개의 등장인물을 만들어 동화를 들려주었습니다.


행상은 자칭 달고 니스트라고 말합니다.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달고나를 만들어 팔게 되었다며 수입이 괜찮다고 합니다. 달고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성공하기까지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는 성공의 비결을 말합니다.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해서는 목적을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뭔가 같으면서도 달라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틀을 깨뜨려야 합니다. 그는 두 가지 재주를 가졌습니다. 재료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솜씨와 입담입니다. 솜씨 못지않게 말솜씨는 순간적으로 사람을 즐겁게 합니다. 표정이 밝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부정의 순간도 많았지만, 달고나로 인해 긍정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무엇을 하든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신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는 함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잠시 내가 신경을 쓰고 있는 일에 대해 좀 더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것에서 영역을 넓혀 그림과 사진, 그리고 음악을 종합해 보는 시도는 어떨까. 마음이 산란해지기는 해도 구상하는 것이 뭔가 될성싶기도 합니다. 앞으로 보여주는 기회가 성큼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해보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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