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멍석말이 20211221
저녁을 먹고 나서 잠시 텔레비전에 눈이 갔습니다. 어느 동네에서 일입니다. 남의 집에 들어가 강도질하던 남자가 주인집 딸에 들켜 달아났습니다.
“강도야, 강도.”
하는 소리에 주변의 사람들이 범인을 쫓았습니다. 요리조리 도망치기를 반복하다 끝내 잡히고 말았습니다. 곧 경찰에 인계됐습니다. 부부가 강도의 손에 의해 많이 다쳤다고 합니다. 구급차가 오고 노인 부부는 급히 병원으로 실려 갔는데 생사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요즈음은 하루가 멀다고 크고 작은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해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갑자기 멍석말이가 떠오른 이유가 뭘까. 어렸을 때 우리 집 마당에서 일어난 일 때문입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밤에 윗집 사랑방에서 마을 회의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큰 집입니다. 사랑방도 제일 큽니다. 방이 셋인데 미닫이문을 들어내면 하나의 긴 방이 됩니다. 마을의 최고 어르신이 참석한다고 하니 중요한 일이 있음이 분명합니다. 훈장님입니다. 어두워지기를 기다렸습니다. 동네의 성인 남자들이 하나둘 기와집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제일 나이가 많으신 어른이 아랫목 가운데 자리 잡고 나머지 사람들은 나이에 따라 양쪽 벽을 등지고 두 줄로 앉았습니다.
잠시 후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람이 청년들에 의해 끌려왔습니다. 아랫집 젊은 남자입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풀이 죽은 채 윗목 끝에 최고의 어르신을 마주하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만 한 사람이 중앙에 앉아있는 어르신에게 회의와 진행을 말씀드렸습니다. 나는 곧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이런 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의 사정을 잘 모릅니다. 무슨 잘못을 저질러 끌려왔는지, 다만 무엇인가 나쁜 짓을 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식구들이 말하기를 꺼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나자, 멍석말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전라도나 경상도에서는 덕석말이라고도 합니다. 하필이면 우리 집 마당에서 멍석말이할 게 뭐람. 그 사람은 옷매무새도 챙기지 못했다. 머리칼도 흩어졌습니다. 늦잠을 자다 끌려 나온 듯싶습니다. 마당에는 우리 집 멍석이 펼쳐지고 물이 뿌려졌습니다. 젊은이들이 지겟작대기를 들고 마당 가에 둘러섰습니다.
“멍석에 누워.”
멍석이 말렸습니다. 범인의 몸이 보이지 않습니다. 작대기를 든 사람들이 돌아가며 멍석 위를 힘껏 두드렸습니다. 곧이어 비명이 들렸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잠시 후 그 사람은 비틀거리며 일어섰습니다.
다음 날입니다. 나는 궁금해서 아랫집 사람에 관해서 물었습니다.
“동네에서 쫓겨났지.”
“왜”
“나쁜 짓을 해서 말이야.”
오래된 일이라서 무슨 나쁜 짓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내용이 가물가물할 뿐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사람을 키우는 것은 부모이지만, 옛날에는 동네 어른 모두가 키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나 젊은이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부모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나이 든 사람이라고 해서 봐주는 것은 없습니다. 장한 일을 했을 때는 동네 사람 모두가 칭찬을 해주고,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역시 동네 사람들 모두에게 손가락질의 대상이 됐습니다. 지금 강도질을 하다가 붙잡힌 사람, 옛날 같으면 분명 멍석말이의 대상임이 틀림없습니다. 맞아 죽거나 병신이 되어 동네에서 먼 곳으로 쫓겨 갔을 게 분명합니다.
옛날입니다. 대개 한 집안이나 동네에서 못된 짓을 저지르거나 난폭한 행동을 하고도 뉘우칠 줄 모르는 자가 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문중이나 동네 사람들의 회의를 거친 후 어른 앞에 끌려갔습니다. 곧 멍석을 펴서 죄인을 눕히고 둘둘 말거나 뒤집어 놓고, 문중 사람들이나 동네 사람들이 뭇매를 가해 버릇을 고쳐주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관청에 신고하는 대신 이 같은 방법을 썼으므로 문중 법이나 동리 법이 더 무섭다는 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는 마을의 사회규범을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벌을 주는 방식이 현대사회에 맞는 방법인지는 생각해 볼일지만 외국의 어느 부족 사회에서는 아직도 이와 비슷한 풍습이 유지되는 곳도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벌을 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사회 범죄가 흉악해지는 현실에서 인권 보호 차원에서 공권력을 강화해야겠다는 느낌이 듭니다. 며칠 전에는 범인이 무서워 경찰이 사건 현장을 이탈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공권력의 약화로 사회 질서가 무너지는 감이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