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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20240114

by 지금은

가난하고 바보스러운 온달이 고구려 평원왕의 딸 평강공주와 결혼했습니다. 공주의 도움을 받으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나라에 큰 공적을 세운 온달장군의 이야기. 어릴 적 동화책에서 남성의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에 빠졌습니다.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하자 그치지 않던 울음도 뚝 그쳤다는 평강공주. 아버지의 평원왕의 반대를 무릅쓰고 바로 그 온달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남편을 영웅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는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동화 속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는 과연 실화일까요? 아니면 전설 속 설화일까요? 나는 이 이야기를 만화로 보았습니다. 언제라고는 기억할 수 없지만 재미있다는 생각에 몇 번이나 되풀이하여 읽었습니다.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가 생각날 때면 지금도 초등학교 시절 친구 종석이를 떠올립니다. 그의 별명은 돌멩이입니다. 한동안 진짜 이름으로 알았습니다. 만화 속 그림의 바보온달과 돌멩이의 얼굴이 겹치곤 했습니다. 나뭇짐을 산더미처럼 짊어진 모습이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종석이가 성인이 되면 분명 평강공주 같은 여인에게 장가를 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 결말을 보면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바보온달의 불우한 환경과는 달리 돌멩이의 가정은 시골 살림으로는 부유한 편이었습니다. 농사지을 땅이 많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근면함 때문입니다. 아버지처럼 돌멩이도 힘이 장사였습니다.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선생님을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바보온달은 얼마나 힘이 셌을까요. 전설에 의하면 설악산의 흔들바위가 온달의 공깃돌이라고 합니다. 공기놀이하다가 하나를 산 중턱에 잠시 올려놓은 것이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온달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인물로 그 생김새가 우스울 정도로 못생겼다고 전해집니다. 두 눈이 멀어 일을 하지 못하는 홀어머니와 살며 집안이 가난하여 먹고 살길이 막막했습니다. 온달은 남루한 꼴로 매일 구걸을 다녀야 했는데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어리석은 짓을 해서 사람들은 그를 '바보 온달'이라 불렀습니다.


공주는 온달이 말을 사러 갈 때 일반 시중의 말을 사지 말고 전쟁터에서 사용하기 위해 키우던 말 중에 병이 들어 팔려는 말을 사 오라고 말했습니다. 온달이 그런 말을 사 오자 정성껏 보살펴 뛰어난 말로 키워냈습니다. 온달은 바로 그 말을 타고 매년 낙랑 벌에서 열리던 사냥 대회에 참가하여 그 누구보다 빨리 달리고 많은 동물들을 사냥하여 단연 눈에 띄었습니다. 드디어 왕은 온달을 사위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온달은 고구려의 장수로 공을 세우다가 온달산성 전투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죽음 이후의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죽은 곳의 장소는 불분명합니다. 서울의 아차산성, 충주 온달산성이라 불리는 아단산성으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그의 죽음 이후 고구려가 멸망의 길로 접어든 것을 보면 을지문덕 장군만큼이나 대단한 인물이 아닐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나는 요즘 위인들의 이야기에 의문을 품는 일이 있습니다. 어려서는 쓰인 대로 받아들였는데 과연 기술(記述)이 정확할까? 정사와 야사, 전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정사가 다소는 과장일 수도 있고 야사나 전설은 구전을 통해 전해오다 보니 이야기에 이야기를 덧붙이고 때로는 새로운 방향으로 창작했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있는 그대로 믿어야 할지 고민일 때가 있습니다. 역사의 기술은 강자의 몫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패자의 상황이나 의견은 무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강자의 모습은 실제보다 부풀리고 패자의 모습은 일부만 표현되거나 아예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이를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그의 활약상을 야사나 전설의 힘을 빌려 조명한 게 아닐까 합니다. 물론 강자의 모습을 더 부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사는 정사대로, 야사나 전설은 그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책에 쓰여 있는 바보온달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바보이거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인물이라는 데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 시대의 신분사회로 보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귀족사회에 끼지는 못해도 이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신분이 있고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평강공주의 아버지, 평원왕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신흥세력인 사대부의 자제를 사위로 삼았다고 여겨집니다. 공주와 온달을 입지전적인 인물로 등장시켰겠다고 짐작합니다.


나의 친구 돌멩이는 잘살고 있습니다. 조금 어리숙하기는 해도 똑똑한 처를 만나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잘 지키고 아들딸을 건강하게 키웠습니다. 친구의 아버지는 며느리의 친정을 돌봐준다는 약속과 함께 아들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가난하지만, 똑똑한 며느리를 얻었습니다. 친구들의 모임이 있을 때면 돌멩이는 가끔 큰소리를 칩니다.


“동창이라고 다 같은 동창이야, 내 나이가 몇 살인데. 형님이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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