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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 좋은 생각 밝은 미소 20240115

by 지금은

‘좋은 생각, 좋은 미소’


한밤중에 잠에서 깼습니다. 아니지, 미소도 좋은 게 있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좋은 생각은 있어도 좋은 미소’는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익숙한 느낌대로 ‘밝은 미소’를 생각하는 순간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천정이 밝아졌습니다. 앞길을 지나가는 자동차의 반사된 불빛입니다. 곧 원래의 보안등 불빛으로 돌아왔습니다. 눈을 뜨면 희미하기는 해도 방안의 물체를 분간할 정도의 밝음을 유지됩니다.


나는 요즘 미소 짓기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아기의 천진난만한 얼굴 떠올리기도 하고, 소년의 환한 웃음을 기억합니다. 소녀의 웃음, 젊은이의 웃음, 노인의 웃음도 찾아냅니다. 내 입꼬리, 나의 처진 입꼬리를 올리기 위한 방법입니다. 탈춤을 생각합니다. 양반탈, 중 탈, 이매탈, 할미 탈 등이 눈앞을 스쳐 갑니다.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갔음을 느낍니다.


한동안 ‘김치, 치즈, 바나나’ 뭐 이런 소리를 내며 억지 미소를 지으려고 한 일이 있습니다. 입꼬리를 올리고 싶어 해보기는 했지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리보다는 웃음이나 미소가 예쁜 입 모양을 만드는 데 효과적임을 깨달았습니다. 웃음은 소리에 비해 지속되는 시간이 깁니다.

좋은 생각을 하면 얼굴이 밝아집니다. 억지웃음이라도 해보면 얼굴이 밝아집니다. 처진 입꼬리가 알듯 말 듯 올라갔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거울 보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해보니 맞습니다. 그 후 산책을 하는 중에 실없는 사람처럼 소리 내어 억지웃음을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주위를 돌아봅니다. 다행히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가까이 있었다면 나의 행동을 이상히 여겼을 겁니다. 안도의 미소를 짓습니다. 웃음이나 미소가 입꼬리를 올리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에 앞서 좋은 생각이 좋은 웃음, 밝은 미소를 선사합니다. 아니 좋은 생각이 밝은 얼굴을 만들어냅니다. 꼭 웃음이나 미소를 생각하지 않아도 좋은 생각이 마음을 밝게 하고 얼굴을 환하게 합니다.

나는 내향적이어서 남 앞에 나를 드러내는 일에 소극적입니다. 말수가 적고, 자연적으로 웃음 또한 적습니다. 배꼽을 잡는 이야기가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하는데도 겨우 미소로 흘려 넘깁니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못하는 나는 화기애애한 시간에 가끔 분위기를 어색하게 하여 스스로 미안함을 갖기도 합니다. 때로는 큰 웃음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낯선 사람을 만난 것처럼 겨우 엷은 미소를 띱니다. 상대가 나를 보았을 때는 낯설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먹어봐야 맛을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웃어봐야 밝은 내 얼굴을 읽을 수 있습니다. 웃음에는 좋은 생각이 약입니다. 좋은 생각을 하다 보면 의식적으로 웃음을 생각하지 않아도, 미소를 떠올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얼굴에 표정이 나타납니다. 상대가 묻습니다.


“뭐 기쁜 일이라도…….”


좋은 생각이란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해 자신과 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기대를 갖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해 친절하게 생각하고 가능성을 믿으며, 다른 사람에 대해 이해와 공감을 넓혀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때 그것은 밝은 빛처럼 우리 마음속을 찾아옵니다. 이런 힘은 스트레스를 없애주고 삶의 기쁨과 만족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늘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끔은 부정적인 생각이 좋은 생각을 앞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자신에게 친절함과 너그러움을 가져야 합니다. 비판하거나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고민이나 실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이를 이겨내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되돌아보니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입꼬리를 올리기 위해서, 미소를 짓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했습니다. ‘김치, 치즈, 바나나’ 등의 단어를 소리 내어 억지 미소를 짓고, 거울 앞에서 웃지 못하는 웃음을 눈으로 그렸습니다. 사람들의 함박웃음과 각종 탈의 미소를 찾아내고, 떠올렸습니다. 휴대전화에 웃는 얼굴을 저장하고 수시로 열어보기도 합니다.


‘생각한 대로 이루어진다.’


누구의 말처럼 요즘 들어 좋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몰입입니다.


‘좋은 생각’이란 잡지도 있습니다. 나는 이 잡지를 좋아합니다. 펼치면 여러 사람의 좋은 생각들이 팝콘처럼 튀어나옵니다. 미소를 짓게 합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도 합니다. 나의 주인은 나입니다. 내 간판인 내 얼굴을 가꾸어야 합니다. 좋은 생각이 나를 그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나요? 좋은 생각이 미소로, 미소가 처진 입꼬리를 올리는 중입니다. 나에게는 숙제가 하나 남았습니다. 남 앞에서도 자주 미소를 지어야 합니다. 상대에게서 나의 표정을 읽어봅니다. 전달되었는지. 힘든 일이 있어도 좋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좋은 생각이 나와 상대를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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