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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뚜기 Dec 24. 2020

내가 제일 잘 나가

일상력 챌린지 - 30분 독서 후 기록


* 별표 표시가 있는 부분은 책에 나오는 글에 대한 글쓴이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 EP.7



실속 밖에 난 몰라

요즘 의식주 삼대장으로 뽑히는 브랜드가 있다. 무신사, 마켓 컬리, 오늘의 집. 

의식주는 사람이 삶을 사는데 필요한 필수 요소이자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그 많고 많은 브랜드 중 무신사가 뽑힌 이유는 실속에 대한 집착으로 이뤄낸 결과 덕분이다.


요즘 시대 삼대장 / 출처 : 머니 투데이

무신사의 시작은 커뮤니티였다.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의미. 신발을 좋아하는 걸로 이름 좀 펼쳤다 하는 덕후들은 모두 무신사에 모였다. 대중이 아닌 몇몇 사람에게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후 커뮤니티는 온라인 잡지 웹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패션 정보를 수집하여 보여주는 건 지금껏 해오 던 일이었다. 이제는 편집이 더해졌다. 단순 정보를 공유하던 장소에서 이제는 정보를 편집하여 '제안'까지 해주니 무신사의 팬들이 늘어갔다.


웹진 이후의 단계는 현재의 모습이다.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웹진과 커머스의 결합이다. 단순히 브랜드 옷을 판매하는 온라인몰과는 달랐다. 읽을거리, 볼거리가 넘쳐나는 쇼핑몰이었다. 콘텐츠가 넘쳐나니 경쟁 사이트 대비 '체류 시간'이 훨씬 높았다. 쇼핑 목적이 아니더라도 무신사를 방문하기 시작했고, 콘텐츠를 보다가 구매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요즘 무신사의 TV 광고, 배우는 유아인..

한때는 '분더숍'을 꿈꿨다. 전 세계를 뒤져서 한정판 제품들을 들여왔다. 멋있고 폼 나는 일이었다. 무신사의 팬들도 좋아했다. 2~3년이 지난 뒤, 무신사 대표는 깨달았다. 이걸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실속에 대한 무신사의 집착이. 허세를 내려놓고 브랜드의 허들을 낮췄다. 신생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시키며 몸집을 불려 갔다. 그때 입점한 브랜드가 지금 무신사에서 높은 랭킹을 달성하는 디스이즈네버댓, 커버낫, 앤더슨벨 등이다.

실속은 고객들이 무신사를 찾는 이유가 되었다. 무신사에서는 제법 괜찮은 옷도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용돈이 궁한 10대들이 열광했고, 알아서 소문을 내주었다. 그렇게 너도나도 무신사에 입점하기 위해서 여러 브랜드들이 몰려들었다. 메이저 브랜드들도 무신사에 입점했다. 휠라, 반스, 나이키 같은 업계의 굵직한 거물들이 무신사에 입성했다. 그렇게 무신사는 공룡이 되었다.


*그 입소문의 주역 중 한 명이 나다. 중학교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결국 의류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며 패션 처돌이를 자처했다. 주위 친구들은 옷을 살 때 항상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심지어 처음 만난 사람도 의류학과라고 이야기를 하면 옷을 어디서 사냐고 물어봤다. 그때마다 얘기했다. '무신사에서 사라.' 그때 당시 보세 옷은 품질이 매우 좋지 못했다. 특히 남자 옷. 그 돈으로 차라리 무신사에서 브랜드 제품을 사는 게 훨씬 오래 입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 무신사는 저렴한 브랜드가 넘쳐났고, 쿠폰이나 적립금 등의 혜택이 잘 되어 있으니깐. 


무신사 스토어 메인 화면

무신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UX(사용자 경험)가 매우 복잡하다. 29cm, W컨셉 같은 경쟁 브랜드들의 사이트들과는 다르다. 마치 일본의 돈키호테를 떠오르게 하는 복잡한 디자인이다. 무신사가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양'이다. 입점한 브랜드의 양, 패션 정보의 양. 디자인에서 조차도 '실속'을 고집한다. 무신사가 제작하는 콘텐츠들도 철저히 판매를 촉진하는데 중심을 둔다. 무신사의 방식은 노골적이고 직접적이다. 무신사에서 실속을 빼면 시체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브랜드


빨간색을 보면 어떤 브랜드가 생각나는가? 페라리? 코카 콜라? 말보로?

빨간색 로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빨간색 사각형에 흰색 폰트, '스트리트 패션계의 샤넬' 슈프림이다. <GQ>는 슈프림을 "현존하는 지상 최고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라 칭했다. 누가 뭐래도,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는 슈프림(supreme)이다. 


출처 : GQ

스케이트 보드에 관심이 많았던 슈프림의 창업자 '제임스 제비아'는 뉴욕 내의 스케이트보드 숍들이 문을 닫고 있었던 시점에 뉴욕의 뒷골목에 스케이트보드 숍을 오픈했다. 그는 보더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오직 스케이트보드를 위해서 입구의 문턱도 없앴다. 매장 안에는 스케이트 볼을 설치했다. 보더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것이다. 그렇게 슈프림 매장은 보더들의 성지가 됐다.

스트리트 신은 태생부터 마이너였다. 기성세대는 스트리트 컬처를 혐오하고, 업신여겼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 문화를 근본이 없는 허접한 콘텐츠로 여겼다. 언론사들도 대놓고 무시했다. 제비아는 거꾸로 생각했다. 그가 보기에 '마이너'로 대접받는 것은 단점이 아닌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슈프림은 철저히 마이너에 중심을 두고 완벽한 비주류가 되기를 자처했다. 소수의 스케이트 보더, 래퍼, 힙스터들만 만족시켜주면 되는 거였다. (*소수의 완벽한 팬가 있어야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다.)

출처 : nss magazine

첫 스토어를 오픈할 당시에는 매장 스태프들이 모두 스케이트 보더였다. 거리의 문화를 온몸으로 흡수하면서 자라온 이들이었다. 거칠고 자기주장이 강했다. 상냥함 따위는 그들의 머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고객들에게도 거칠었다. 고객들은 슈프림에 진열된 물건들을 '볼'수는 있었지만 '만질'수는 없었다. 사지도 않을 거면서 옷을 만졌다간 점원의 쌍욕을 들어야 했다. 제비아는 이런 진짜배기들이 슈프림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했다. 이들을 슈프림의 '크루'로 대하고 지원했고, 진짜배기들은 또 다른 진짜배기들을 데려왔다. 그렇게 슈프림은 스트리트 문화의 중심이 됐다.


슈프림의 홍보 방식도 철저히 마이너 방식이었다. 노이즈 마케팅, 이슈 메이킹.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캘빈클라인의 언더웨어 광고에 슈프림 스티커를 붙이고 그 인쇄물을 온 건물과 거리에 뿌리고 다녔다. 슈프림식 게릴라 마케팅이었다. 이후에는 루이비통의 모노그램을 허락받지 않고 스케이트보드 데크에 새겨 팔았다. 루이비통의 항의를 받고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슈프림은 뜨거운 감자가 되기를 원했다. 매번 빅이슈를 만들면서 사람들이 슈프림에 대해 열광적으로 떠들어주기를 바랐다. 


출처 : 무신사

슈프림의 두 가지 요소에 대해서 엄청 집요했다.

1) 희소성

슈프림 매장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4개국에 밖에 없다. 제품도 쥐꼬리만큼 생산한다. 살 수 있는 방법도 두 가지뿐이다. 매장 앞에서 밤을 새우며 캠핑을 하거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시간에 맞춰 '광클릭'을 시도하는 것.

슈프림이 발매하는 그 '어떤' 물건도 매번 빛의 속도로 품절된다. 그럼에도 제품이 재발매되는 일은 결단코 없다. 만약 500명의 수요가 있다고 예측된다면, 슈프림은 300개만 만든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언제나 수요가 공급을 훨씬 넘는다. 

슈프림이 제품을 선보이는 방법은 '드롭'식이다.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에 제품을 발매하고, 한 번에 10명씩 매장에 입장이 가능하며 한 사람이 하나의 아이템만 구매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2) 협업

협업을 빼면 슈프림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슈프림은 '협업 맛집'이다.

협업은 충돌이다. 이질적인 두 브랜드가 부딪쳐 세상에 없던 결과물을 내놓는다. 슈프림과 협업한 굵직한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나이키, 루이비통, 꼼데가르송, 디즈니, 리버티백화점 등. 패션 분야뿐만 아니라 의외의 브랜드와 협업하기도 즐겨한다.

슈프림식 협업은 영역을 넘나 든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함부로 예상을 할 수 없다. 어떤 브랜드와도 협업이 가능하고, 어떤 물건에도 슈프림의 로고를 새길 수 있다. 어떤 브랜드와 협업을 할 것인지는 예측이 불가능 하지만, 결과는 예측이 가능하다. 보나 마나 무조건 품절.


출처 : 하퍼스 바자 코리아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희소성과 예측 불가한 협업 덕분에 슈프림은 스트리트 패션을 비주류에서 주류로 만들었고, 자신들을 무시했던 명품 브랜드와 협업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슈프림은 보연의 색을 지키는 데 무서우리만큼 집요했다. 브랜드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하는 것을 하는 데 집요했고, 원하지 않는 것을 거절하는 데 집요했다.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이기에 빨간색으로 유명한 슈프림을 다뤄보았습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네요.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길거리에 설렘이 가득하고 즐거움이 가득해야 할 때인데 삭막하고 조용합니다. 원하지 않더라도 들리는 캐롤에 강제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던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크리스마스보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더 좋고 설렙니다.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더 제대로 느껴진달까. 아마 다음날이 크리스마스라 쉬는 날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오늘 하루 마무리 잘하시고, 크리스마스와 함께하는 3일간의 연휴를 행복하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3일간 쉬고, 다음 주 월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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