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지려 한다.

by 장뚜기



어릴 적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세계일주라고 답하던 소년이었다.

내가 알던 외국이라는 곳은 유토피아와 같은 곳이었다.

전 세계에는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들이 수도 없이 많고 각각 그 문화와 환경이 다르다고 들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모든 나라를 직접 경험하면 세상을 다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를 다 알겠다던 소년의 꿈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장래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변질되었다.

그때부터 나의 꿈은 직업이었다. 의사, 변리사, CEO 등. 대한민국의 현실을 꿈이라는 창을 통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 영, 수를 잘해서 대학을 좋은 곳으로 가는게 답인줄 알았다.


영어를 위해서 고등학생 때 태어나 처음으로 외국을 갔다.

나의 첫 해외는 필리핀 마닐라.

명목상 한달간 해외어학연수였지만, 사실상 영어 공부보단 친구들과 놀기 바빴고 아무런 걱정도 없었던 17세 소년은 행복함을 느꼈다.

그의 두번째 해외는 일본 후쿠오카.

홍콩, 일본, 제주도. 세가지의 선택지 중 친한 친구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필리핀에 비해서 해외여행이라는 것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졌지만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다.

이미 세계일주라는 꿈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살 청년은 대학 합격 문자를 받고 소리를 질렀다.

TV 드라마, 영화 속에서만 보던 캠퍼스 라이프를 실제로 접하게 되었고 초, 중, 고 총 12년간의 수험 생활 끝에 만난 자유라는 이름의 맛은 신세계였다.

대학에 오니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통제가 없었다. 다만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지만.

대학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동기, 선배와 친하려고 노력을 했고 선배들에게 대학생활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

많은 대학생들이 휴학을 하고 최소 한달 유럽 여행을 갔다 온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문득 떠오른 어릴적 나의 꿈. 세계일주.

삶이 길게 봐서 100년이라고 해도 세계일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했다.

그래, 어느정도의 현실과의 타협은 필요하다. 최대한 많은 나라를 경험하는 것으로 하자.

그렇게 나의 꿈은 수정되었고 단기적인 목표가 생겼다.

방학마다 최소 한번은 해외 여행을 가는 것.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알바를 끊임없이 했고 아끼고 아껴서 4번의여행을 갔다.

(일본 오사카, 교토, 도쿄, 후쿠오카 / 베트남 호치민 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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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네, 무이네, 후쿠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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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네,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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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무이네


그렇지만 나도 남들처럼 한달간 유럽을 가고 싶었다.

비용을 생각 했을 때,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유럽을 가는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답은 휴학이었다. 군휴학 후에 복학해서 3학년까지 하고 휴학을 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졸업을 일찍 하라는 부모님의 반대에 막혀 무산되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졸업하고 가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6년간의 계획이 드디어 결실을 맺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유럽 여행은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자 여러 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나의 모든 관심은 여행에 쏠렸다.


1년 전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예산, 경로, 기간.

목표 예산을 열심히 충족시키기 위해 일을 하며 계획을 짰고 작년 10월 비행기 표를 샀다.

그리고 경로에 맞춰 차근차근 숙소 예약을 했다.

모든 숙소 예약까지 하고 나니 2019년이 끝났고 2020년이 되었다.

경로와 갈 곳들은 이미 다 정해진 상태.

이제는 갈 때까지 열심히 예산을 모으면 된다. 다행히 아르바이트도 생각보다 빨리 구해서 출국 하기 직전까지 하면서 디테일한 계획들을 차차 짜는게 나의 계획이었다.

당시 출국까지 100일 정도 남았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일인가?

중국에서 시작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을 덮쳤고 뒤흔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바이러스는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고 현재는 유럽, 미국, 남아메리카까지. 세계 곳곳에 퍼졌다.

바이러스를 경계하고 전역을 한달 앞둔 병장과 같이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하고 손을 깨끗히 씻는 것.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확진자는 25~30명이었고 내가 살고 있는 영남권은 코로나 청정지역이었다.

갑자기 2월 중순. 최초로 영남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1명 나왔다.

1명? 괜찮아. 서울도 10명이 넘는데 문제는 없으니깐.

1명이 30명이 되고 30명이 100명이 넘어가더니 현재는 1000명이 넘었다.


!.JPG 2020.02.27 코로나 감염증 현황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이 되었다.

그 결과 여러 나라에서 대한민국 사람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내가 처음으로 가게 되는 영국도 입국금지는 아니지만 제한을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캡처.JPG 대한항공 공지사항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6년 전부터 생각해오고 2년전부터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드디어 꿈이 현실이 되려 하는데..

6년간 하나씩 쌓아 올리던 공든 탑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질병이라니... 누구의 탓을 할 수도 없다.

아직 출국까지 한달이 남은 상황. 유럽여행을 계획 한 사람들 중 취소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고 그로 인해 어떻게든 가겠다는 나의 마음도 흔들리려 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우물쭈물하다가 이것도 저것도 놓친다. 확실하게 결정하고 결단을 내려야한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출국을 할 때까지, 유럽에 가서도 열심히 예방을 하겠다.

그러니 제발 나의 공든 탑은 건드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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