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앞에서
사람은 회사보다 빠르게 변하고,
제도는 사람보다 더 느리게 변한다.
나는 그 두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 전혀 다른 세상의 문 앞에 서 있다.
“안정적인 제조업에서 15년.”
커다란 생산조직, 수천 명의 인원, 계층적인 구조.
그 안에서 나는 사람을 관리했고, 제도를 설계했고, 시스템을 운영했다.
사람이 제도 안에 있어야 안정된다고 믿었고,
제도가 정교하면 사람이 덜 흔들린다고 여겼다.
그 세계에서는 그것이 정답에 가까웠다.
정답대로 움직이면, 조직도 꽤 잘 돌아갔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지금은,
보안, 핀테크, 헬스케어, Data, 디지털언론 사업을 하는
IT 기반 플랫폼 회사의 지주사에서
네 명의 팀원과 함께 HR을 다시 배우고 있다.
이전보다 팀은 작지만, 사람은 훨씬 가까워졌고,
문제는 훨씬 입체적이다.
정답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왜냐하면 익숙했던 방식은 ‘표준화’와 ‘프로세스’였고,
지금 필요한 것은 ‘공감’과 ‘맥락’이었기 때문이다.
팀장으로서 나는 자주 걱정한다.
조직이 잘 돌아갈지, 팀원들이 괜찮을지,
그리고 내가 괜찮은 리더인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늘 많다.
하지만 우리 팀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 조심하게 된다.
그럴수록 말은 점점 무거워지고,
조금씩 마음속에 쌓여만 간다.
말을 삼키고, 타이밍을 놓치고,
그러다 결국 꾹 눌러왔던 감정들이
‘잔소리’라는 모습으로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는 자주 잔소리한다.
이 방향이 맞는지, 이런 표현은 적절한지, 지금이 적기인지.
그 잔소리는, 어쩌면 조심스러움이 만든 또 다른 얼굴이다.
의미 있는 변화는 대부분 낯설고, 때로는 불안하니까.
그런데 어느 날, 회의가 끝난 뒤
팀원 한 명이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팀장님,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 말은 너무 짧았지만,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문장이었다.
이 연재를 쓰는 이유는
내가 팀장으로서 겪는 자의식의 기록이자,
우리 인재경영팀이 함께 겪는 좌충우돌 성장기를 남기기 위함이다.
우리는 ‘성장’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 ‘실수’, ‘혼란’이 겹쳐 있다.
그래도, 그래야만 성장이라고 믿고 싶다.
실수도, 고민도, 때로는 좋은 순간도 이곳에 담아볼 것이다.
나는 여전히 괜찮은 HRer가 되고 싶다.
아니,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이 글을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