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병인이 아니다, 며느리다

똥개훈련 6일째, 결국 탈출했다

by 졔자까

시어머님을 간병하는 일이란...
그냥, 한마디로 말하자면
똥개훈련이다.


내가 한 걸 또 하고,
또 했는데 안 했다 하고,
또다시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한다.


어머님이 더 힘드시니까...

내가 참아야지.
그냥, 내가 조금 더 참고,
조금 더 잘하면 되는 거겠지.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또 하루를 넘겼다.


어머님이 집착한 건 2가지다.


1. 수건

수건을 하루에.. 너무 많이 쓴다.


마비가 온 오른쪽 얼굴에 마른 수건,

둘둘 말아 목 받침대로 쓰는 수건,

찜질팩 감싸는 수건


하루 3개면 될 것 같은데

이틀도 써도 될 것 같은데

아니다.


한번 쓴 수건은
두 번 쓰면 안 된다..ㅎ

깔끔쟁이가 되셨다.

아니면 뭐라도 말씀하시려

노력하는 걸까.

폰 보는 내가 마음에 안 드신 걸까.

이유를 모르겠다.


땀이 조금이라도 나거나

내가 뭘 만지고

수건을 만졌다면

얄짤없이 교체


또, 온도도 민감해한다.


정신연령이 어려진 듯

아이처럼 투정만 늘었다.


“뜨겁게 해 줘.”
“아니야, 마른 수건 줘.”
“아니, 다시 따뜻한 걸로”


어눌해진 말투로

알아듣기 힘들어진 말투로

요구사항들을 말하는 어머님..


그때마다 난 한숨을 삼켰다.

왜 이러시는 걸까

라고 생각하다가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


1층 코인 세탁방 단골이 됐다.

여보 현금 좀 뽑아와..


2. 찜질팩

수시로 다리가 시리다고 하신다.
그래서 다리 위에

찜질팩 세 개씩 올려드렸다.

(수건도 많이 들어..ㅜ)


하지만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찜질팩 제대로 올렸는지 확인해 봐.”
“위치 좀 옮겨줘.”
“이건 너무 식었어, 다시 데워줘.”


이미 올렸는데도
“정말 올린 거 맞아?”라고 되물으신다.


감각이 없어서

그랬다는 걸 그땐 몰랐다.


그 순간, 내 표정이 조금 굳었던 걸까.
어머님이 한마디 던지셨다.
“간병인 쓸까?”

...(네. 제발요)

마음에 안 드시는 거다.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 할까.

도망가고 싶었다.


4일째 되는 날.

어머님이 우셨다.
병실도 싫고,
자신이 처한 상황도, 다 싫다고 하셨다.

“집에 가고 싶다”
그 말에, 나도 마음이 털썩 주저앉았다.

(저두여..)


그리고 내게 말씀하셨다.
“폰 좀 그만 봐. 노트북도 그만하고

나한테 좀 집중해 줘.”

저도 그러고 싶어요...


나는 그냥 주부도, 백수도 아니다.
어머님 곁을 지키며,
틈틈이 일도 해야 했다.

어머님이 머무는 이 1인실,

56만 원...

그 하루치 비용이라도 조금 보태고 싶어서였다.


나라고,
여기 병실까지 와서 일하고 싶었을까.


우리 딸은 언제 오려나?”
“우리 아들은 언제 나 좀 보러 오나?”


그러게요.

그 아들, 지금 열심히 일하는 중입니다.


간병은 왜 며느리 몫인가

프리랜서인 게 죄다 죄


그렇게 6일째.

드디어 교대할 날이 왔다.


어머님의 언니 분께서 오시기로 하셨고,

나는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머님 전용 간병 매뉴얼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너무 힘들었기에...


<어머님 간병 메뉴얼>

[새벽 4시~]

밥 먹기 전까지 깨어 계실 수도,

주무실 수도 있습니다.

깨어 계시면 “관심 가져달라”며

계속 말씀하시니

자주 말 걸어드리거나

간단한 돌봄을 해주세요.

✔ 찜질팩 데우기
✔ 상의나 베갯잇 교체
✔ 수건 말아 목 받치기
✔ 간단한 마사지


[오전 7시~] 식전 약 + 아침 식사 준비

✔ 침대는 80도로 세우기

✔ 베개 2개를 등과 머리 뒤로 받치기

✔ 돌돌 말은 수건 2개를 목에 끼워 안정적으로 고정

✔ 기울어진 몸은 허리 중심으로 바로잡아 주기


식전 약 복용 :

전날 타놓은 점도 높은 물을 전자레인지에 20초 데워 두 번 떠먹여 목 축이기

이후 약을 씹게 하고 물 떠먹이기


식사 전 세팅:
✔ 턱받이
✔ 베라 숟가락, 각티슈, 물티슈, 쓰레기통


식사 후:
→ 식기 반납 → 턱받이 씻기 → 찜질팩 교체
→ 요청 시 TV 켜드리기


[오전 10시~] 휠체어 산책

휠체어맨 두 분이 와요!

준비물:
✔ 수면양말, 갈색 모자, 마스크
✔ 휠체어 앉으면 → 목에 수건, 머리에 베개 받치기
✔ 등받이 젖히기 (손잡이 두 개 눌러 조절)
✔ 담요 4겹 접어 무릎 위 + 찜질팩 올려주기

산책 중엔 복도 성경구절 함께 읽어주세요

산책 후 복귀 시간은

휠체어맨이 오기로 한

최소 10~15분 전에 해주세요

복귀해서

반시트, 베갯잇 교체 & 양치!


[양치 가이드]

칫솔에 치약 아주 얇게 도포해

앞니, 옆니, 혀 살살 닦고

따뜻한 물 머금게 한 뒤 뱉기

→ 침대 밑 대야 or 휠체어로 화장실에서..

따뜻한 수건으로

입 안을 닦고 마무리!!


[오전 11시 반~] 점심 식사

아침과 동일하게 식사

식사 후엔 오라메디 면봉으로
오른쪽 입술 끝 찢어진 곳
혀 오른쪽 안쪽에 도포

오른쪽 얼굴에 감각이 없어서

막 씹으셔서 다 헤졌어요


점심 먹고 나면 딱히 할일이 없어요

저는 이때, 업무를 보거나

코인 세탁방 가서 수건 빨래 돌리거나

아래에 적은 일들을 했어요.


[수시로 할 일]

✔ 오줌통 확인 및 비우기

* 비우지 않으면 바닥이 ‘오줌 바다’ 됩니다. (2일 차의 교훈ㅠ)

✔ 찜질팩 / 온수팩 체크 및 교체

✔ 베개 위치 조정

✔ 자주 말 걸어드리기

→ 관심이 덜하면 "똥 마려워" 하며 몸을 자꾸 돌려달라 하심


[찜질팩 체크포인트]

→ 전자레인지: 반 접어 3분 → 뒤집어 3분 (총 6분)

*3분만 돌리면 안 뜨겁다고 하심... 귀신 같이 알아요.

→ 위치: 무릎은 세로, 배는 가로

→ 온수팩: 정수기 온수 '반'만 담고 공기 빼서 잠금

*물 가득 채우면 무섭다고 도로 빼라고 하심

→ 사용 부위: 오른발, 무릎, 배 등 감각 없다시는 부위


하루에도 10번 넘게 “찜질팩 올렸냐” 물어보시니,

직접 확인시키고 말로도 반복 설명해주세요.....


[오후 4시~]

눈뜨기 운동 시켜드리거나

아버님과 영상통화 연결

낮잠 재우기


[오후 6시 반~] 저녁 식사

채소는 안 드시려 하시니, 살짝 잔소리해주세요.


물 원하시면:
종이컵 2/3 정도의 따뜻한 물에

뉴케어 점도 증진 가루 1포 섞어
요플레 농도로 만들어 떠먹이기


[밤 8시~]

주무시기 전에

찜질팩 체크하고

얼굴 닦고, 로션 발라드리기


[밤 12시~]

간호사가 주사 놓으러 오면 깨셔요.

물 요청하실 텐데,

이때는 탁자에 있는 스프레이로 혀에 뿌려주세요.


.

.

.


이렇게 빼곡하게 써 내려간

어머님 전용 간병 매뉴얼’을 남기고,
나는 병실을 빠져나왔다.
아니, 탈출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뇌종양 수술을 받은 환자들
다 우리 어머님처럼 예민하신 걸까?


대답 없는 질문을 품은 채
나는 그날,
집에 와서 죽은 듯 잠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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