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행
나는 결혼 전까지
충청도에 가본 적이 없었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한 번도 안 가봤을 정도로
충청도와는 연이 없었고
딱히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시댁이 태안이라니
이렇게 줄기차게 오려고
충청도 여행을 안 왔었나 보다
우리 부부는
시댁에 갈 일이 생기면
늘 전날 밤늦게나
퇴근하고 바로 출발해
태안이나 서산, 당진
충청도 지역 시내에 있는
숙소를 잡아서 자곤 했다
결혼 초기에는 좋았다
그런데 너무 자주 내려가니
숙소비도 부담되고
주유비에
또 외식비까지
굳이 안 써도 될 돈이 나가다 보니
짜증이 났다
남편은 나한테 미안하니
내려올 때면
맛있는 음식을 사 먹이려 하는데
그냥 그 돈으로 차라리
전동 면도기를 사거나
본인 옷이나 사 입었으면 싶다
내려가는 차 안에서
내가 숙소며 맛집이며 알아보는데
일하는 것 같아
너무 힘들고 지칠 때가 많다
남편은 운전하니까
내가 알아보는 게 맞지만
손가락이 아픈 건 사실이다
그냥 바로 시댁으로 쏘거나
당일 내려가서 어머님을
일산으로 모셔오거나
그러고 싶지만
오빠는 시댁에서 하루라도
덜 자고 싶은 눈치다
본인 부모집인데
왜 그러나 몰라
나를 배려하는 건 아닐 텐데
어쨌든
6년 동안
태안, 서산, 당진, 홍성, 예산 등
충청도를 쏘다녔다
덕분에
맛집이란 맛집은
무수히 가본 듯
한때 중식에 빠진 남편은
그렇게 간짜장 맛집을 찾아다녔다
충청도 한정
짜장여지도를 만들 수 있을 정도ㅎ
그렇게 시댁에는
늘 아침 일찍 출발한 것처럼
거짓말을 쳤다
숙소 퇴실 시간 11시 맞춰 나와
출발하면 보통 12시나 1시쯤
시댁에 도착했는데
힘들었지
운전하느라 고생했다
피곤하겠네
미안하다
차는 안 막혔니
괜찮아요
라고
답할 수밖에
이번에는
당진 삽교호에 들러
얼결에 드론쇼를 봤다
N번째 충청도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은 하루였다
조개구이도 먹고
시가로 파는 대하도 먹고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나온
놀이공원도 구경하고
총쏘기 게임으로
인형도 얻었다
좋은 여행이었다
다시 일산으로 가면
좋겠지만
태안으로 향한다
세브란스 의사가
언제든 연락하라고
개인 명함을 줬다는데
어지럼증이 심해졌다는
어머님의 투정에
시누가
바로 진료를 잡았단다
그래서
나의 주말은 사라졌다
지난주
추석 때 갔는데
또 여길 오다니
지친다
지금
나는 차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남편은 운전
어머님은 내 옆에 앉아 계신다
차가 너무 막힌다
이제 할 말도 없다
주무셨으면 좋겠다
배도 고프다
집 도착하면
녹초가 될 텐데
내일이면
출근이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