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시댁 문을 나선 이유

왜 자꾸 살 얘기를 하냐고요

by 졔자까

김장은

올해 안 하겠다고 선언하고
우리는 시댁으로 출발했다.


전날 당진에서 하룻밤 자고,
아침에 부랴부랴 장을 봐서

시댁에 들어갔다.

김밥이랑 만두로

대충 점심을 때우고,
TV를 보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남편은 반찬 해드리겠다고
주방에서 계속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닭을 푹 삶아

닭곰탕을 만들어냈다.
간을 본다고 먹었는데

맛이 꽤 좋았다.

아버님은 남편이 요리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요리 중인 남편에게


“음식 장사라도 할 거냐”,
“왜 이렇게 먹는 거에 진심이냐”


잔소리를 늘어놓으셨다.


소파에 앉아 있는 나와
주방에 서 있는 오빠의 모습이
상반돼 마음에 안 드셨던 걸까.


저녁 준비 전,

아버님은 농장으로 내려가셨다.

어머님이

바람 좀 쐬고 싶다고 하셔서
부축해 마당에 나갔다.


우리가 김장을 안 하겠다고 하니
동네 아주머니들을 불렀다고 하셨다.

그분들이 배추와 무를

다 뽑아 김장을 하기로 했다고

아까우니 우리도

몇 개 뽑아가라고 해서
배추 두 개, 무 두 개를 챙겼다.


(아직도 냉장고에 그대로 있다.)


저녁엔 고등어까지 구워
닭곰탕과 맛있게 잘 먹었다.

작은 방에 이부자리를 깔고
다 같이 ‘나는 솔로’를 봤다.
돌싱 편이었다.


예쁘고 마른 옥순이
아기도 있다고 하자,
아버님이 갑자기 내게 말했다.


“저렇게 마른 애도 아기가 있는데,
너는 뭐 하고 있냐?”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이어지는 말은 더 당황스러웠다.


“왜 임부복을 입고 왔냐?”

그냥 편해서 입은

원피스였을 뿐인데.


여기서 끝이었으면

그냥 한 귀로 흘렸을 텐데


“살찌는데 보태준 거 없고
살 빼는데 보태줄 것도 없는데
살 좀 빼라.”


늘 반복되던 살 얘기.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굴이 화끈거려
시뻘게지는 게 느껴졌다.


“네, 네 뺄게요.”


입에서는 그렇게 나왔지만
곱씹을수록 기분이 나빠졌다.


같이 있기 싫어
작은 방에 들어가 누웠다.

어차피 다음 날 출근이라

오전에 점심도 안 먹고

올라가려고 했던 터라
그냥 지금, 당장 집에 가고 싶었다.


남편에게 톡을 보냈다.


“집에 가자.”


남편은 처음엔
“왜?”라고 물었다.


나는 대답할 힘도 없어
그냥 자버리려 했다.


잠깐 선잠이 들었을 즈음
오빠가 나를 깨웠다.


“가자.”


가야 하는 게 맞을까
순간 망설였지만
‘지금 가자고 할 때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말이
입에서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다음 날 출근해야 한다는
팩트 핑계를 꺼내며
그냥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시댁을 나온 시간은

밤 11시였다.


차에 타자

남편은

시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님이 내게
‘망언’을 해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시누는 대신 미안하다고

전해달라 했지만
사실 미안할 건 시누가 아니었다.


그렇게 밟고 밟아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도착하자마자 한 잔 하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살 빼기 전까지는

시댁에 안 가고 싶다

남편 혼자 보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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