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두 번째 간병

병원생활은 쉽지 않다

by 졔자까

22년 12월 26일 월요일이 되던 새벽
시어머니는 응급실에서 MRI 검사를 받았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을 했다.
그날 남편은 시누와 함께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MRI 검사 결과를 듣고 왔다.

나는 퇴근 후 집으로 가려는데

남편이 외식을 하자고 했다.
보통 내가 퇴근하고 집밥 차리거나
배달시켜 먹거나.. 다 내키지 않으면 외식하는데..
집에서 먹기 싫다며 외식하자는 남편.

뭔가 싸했다.

응급실 가서 MRI까지 찍었다니
예삿일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표정이 안 좋은 남편에게 무작정 물어볼 수 없었고
우리는 말없이 동네를 한참 걷다가

양꼬치집에 들어갔다.

양꼬치와 꿔바로우..

언제 친구랑 와서 맛있게 먹은 적 있다며

애써 웃으며
소맥을 말아준 남편.

한잔 마시고

어머님 결과 어떻게 나왔냐고 물으니


뇌종양

나는 손이 떨렸다.
눈물이 났다.


남편은 여태 눈물 참았는데
네가 울면 어떡하냐며.. 같이 울었다.
양꼬치집에서 둘이 얼마나 울었는지...

잠시 밖으로 나가
입원했다는 시어머니께 전활 걸었다.

괜찮으시냐고 물었는데 웃으며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며 그러니까 너희도 술 적당히 마시고

운동도 하고 건강 챙기라는..

저녁 얼른 먹으라며 전활 끊으셨다.

그런데 사실 평소와 다름없는

시어머니 목소릴 들으니 그때만 해도

수술하면 괜찮겠지.. 싶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다시 양꼬치집으로 들어가서 남편과 대활 이어갔다.

그런데 시어머니의 상태는 심각했다.
의사 말로는 우리나라에서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몇 없다고 했다.

본인 포함 다섯 정도인데

신경외과 수술 중에서도
최고난도로 꼽는 수술.

뇌간이라는 우리 머리 가운데 위치한 곳에
종양이 크게 생긴 것인데
이를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어머니의 종양은 뇌 한가운데서

주변 신경을 짓누르는 상태였다.

시력, 청력, 안면신경 등을 관여하는

신경들을 누르고 있어

귀 한쪽이 안 들리고, 한쪽 눈도 반쯤 내려와

복시로 보이는 상태.

얼굴 반쪽의 감각도 둔해진 상태라고 했다.
왜 그 지경이 될 때까지
가만히 계셨던 걸까ㅜㅜ

신경외과 의사가 평균 하루 4~5명 수술한다면
시어머니 수술은 하루 통으로 빼서 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수술이라 하였다.

20시간 넘게 수술해야 하는 터라
의사의 시간을 뺐는 게 쉽지 않았다..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4개월도 못 산다더니
수술 날짜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22년 12월 26일에 면담했는데..
기존에 잡힌 수술들을 미루고 미뤄
하루 비울 수 있는 날짜를 체크하시더니..
23년 3월 20일쯤 가능하다고 했다...

하아..,


어머님은 일단 입원해서

뇌압을 낮추는 주사들을 맞았다.

첫날은 남편이 병간호를 했고
이튿날부터는 시누가 병간호를 했다.
다인실을 쓰다가 너무 시끄럽고 힘들다고 해서
입원 5~6일째 2인실로 변경했다.

23년 1월 1일 일요일
나는 새해부터 병원에서 지내게 됐다.


내 인생 두 번째 간병이다.

2006년

내가 중2 때 1년간 간암 투병 하던

우리 아빠 간병 이후로 말이다.

병원 냄새가 그렇게도 싫었는데

다시 오고야 말았다.


어쨌든 병상에 누워계신
시어머니 얼굴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뇌종양 환자라곤

안 보일 정도로 괜찮아 보였다.

낮에 시누랑 교대했는데
다행히 옆자리에 아무도 없어서 좋았다.

창가 쪽이라 소파에 앉아

업무도 볼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오후 6시경 옆자리를 세팅하는 듯 분주했고

결국 중년 여성으로 보이는 수술 환자와

남편으로 보이는 보호자가 들어왔다.

큰 수술을 한 듯,

말도 어버버 하고 자꾸 퉤퉤 침을 뱉었다.

대소변도 보호자가 받아줘야 하는 것 같았다.

시어머니가 저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속으로 얼마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옆환자는 너무 아파서인지

끙끙 앓기도 하고 이상한 소리를 자꾸 내서

안 그래도 소리에 민감한 시어머니는

복도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한참을 돌고 들어오니 식사 시간.

내가 집에서 끓여 온 떡만둣국을

허겁지겁 잘도 드셨다.

다 불어 터졌는데

병원밥이 그새 질리신 건지 너무 잘 드셨다.

병실에서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밥을 다 먹으면 거의 밤 8시엔 환자들이 잠을 잔다.

어머니는 잠이 안 온다며 수면유도제를 맞았고

잠이 들었지만,

나는 옆환자 때문에 한숨도 못 잤다...

기계 윙윙 돌아가는 소리

집 가고 싶다고 말하는 소리

퉤퉤 침 뱉는 소리까지...

그냥 이어폰 끼고 환혼을 시청했다.

영상을 다 보고 잠시 조용해져
잠에 드려할 땐 간호사가 온다..

뇌압 낮추는 주사를 하루 4번 맞는데,
맞출 때 왔다가 5~10분 후 다 맞을 때쯤

또 와서 잠을 깨운다..

도통 잘 수가 없었다.

1시 7시 13시 19시

총 네 번의 주사.

새벽 1시 반쯤 잠에 들었는데
새벽 2시 반쯤 시어머니가 날 깨웠다.

옷이 다 젖었다는 것.

식은땀인지... 정말 상의가 다 젖어서
베갯잇과 상의를 갈아입혀드렸다.

다시 잠 좀 잘까 했는데
새벽 4시쯤.. 화장실 가고 싶다는 시어머니..

넘어질 수도 있어 환자가 화장실을 갈 때

보호자는 항시 동행해야 한다.

다녀와서 다시 누우려니

옆환자가 잠에서 깨고 또 웅얼거린다.

하아...

그렇게 뜬눈으로 인스타랑 페북 눈팅하다

아침 7시가 됐고

주사 놔주는 간호사와 인사를 나눴다.
첫날밤을 보내니 앞으로가 걱정됐다.
이거 매일 밤새면 어떡하지...?

엄마가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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