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점심, 저녁 반찬 다 다르게..?
그렇게 시작된 나의 시집살이.
우리 부부의 안방은,
어머님이 원하셨던 1인용 소파,
어머님 옷 넣을 선반,
어머님이 쓰던 이불, 베개로 채워졌다.
우리 부부는 안방 맞은편,
컴퓨터와 러닝머신이 있는
작업실에서 지내기로 했다.
장박용 에어매트를 깔고 자는데,
푹신한 침대에서 자던 몸으로는
딴딴한 바닥이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뇌종양 수술까지만 3개월... 버티자.'
나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런데,
내가 간과한 게 있었다.
센 약을 드시는 어머님.
삼시세끼를,
내가 차려야 한다는 것.
그것도,
아침 8시부터.
아침 7시에 일어나
밥하고 국 끓이고 반찬까지 만들어야 했다.
하…
아침잠을 줄이며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틀쯤 지나니,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강황밥이 드시고 싶다 하셔서,
울금 가루를 사다가 밥을 지었다.
그런데 3일 만에,
"그냥 흰밥 줘."
OK, 접수.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어머님이 아침에 차린
국과 반찬을 드시질 않는 것이었다.ㅎ
아침에 나온 국, 반찬은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에 주거나
다음날 점심에 달라는 것이다.
같은 국, 반찬을 연달아서 드시기 싫다신다.
내가 집에서 쉬는 주부도 아니고
요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봤자
김치찌개나 제육볶음, 달걀말이 정도
가끔 해 먹던 정도지
자랑은 아니지만
나물 반찬은 해본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이 살았었다.
결국 반찬가게 앱을 열었다.
마구 반찬을 담아 주문했다.
친한 작가 언니가 반찬도 보내줬다.
그래서 냉장고는 반찬 부자가 됐다.
이틀째 반찬가게 반찬을 내니까
냉장고 문을 자주 열고 닫아서 상한 것 같다며
안 드시겠다는 어머님..
무슨 논리인가.
결국 점심부터 저녁까지
드시고 싶은 음식을 배달시켜서 먹었는데
중식, 보쌈, 치킨, 월남쌈, 감자탕, 초밥까지
배달 음식을 섭렵했다.
배달비가 장난 아니게 나왔다.
그냥 장을 봐서 국, 반찬을 만들기로 한 나.
블로그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단호박 오리찜, 카레, 소불고기,
냉이된장국, 달래장, 시금치나물, 콩나물무침,
고사리나물, 우엉조림, 오이소박이,
묵은지김밥, 소고기 뭇국, 미역국 등등
우리 엄마한테도, 신랑한테도
차려준 적 없는 음식을 만들어서 내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요리 실력이 는 듯ㅋ
그렇게 정성껏 차려도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간이 안 맞으면,
입에 안 맞으면,
그냥 안 드셨으니까.
밥 짓는 것도 힘들었다.
우리 신랑은 진밥을 좋아해서
진밥 짓는 게 익숙했는데
어머님은 진밥은 싫다고 하셨다.
바쁜 신랑.. 힘들면 도망가도 된다며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햇반 한 박스를 사줬다.
처음엔 잡곡밥을 샀는데,
딱딱하다며 흰 햇반을 달라신다.
화가 나서
흰쌀밥, 고시히카리, 흑미밥...
여러 종류를 쟁였다.
밥 이야길 또 하자면
시누가 주말이면 오는데,
나 도와준답시고 밥을 가득 지었다.
진밥이었다.
그날 저녁까지
군말 없이 다 드셨는데
다음 날 내가 아침에 새로 밥을 지었는데
먹어보지도 않고
젓가락으로 슥슥 젓더니
너무 질다고 하시며...
햇반을 데워오라는 어머님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이혼하라고 굿하는 거야?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건...
어머님의 말투?라고 해야 할까.. 어법?이었다.
요구르트를 드시고 싶으시면
요구르트 먹고 싶어.
가져다주지 않을래?라고 하면 될 것을..
어머님 : 요구르트 먹고 싶지 않니?
나 : 네? 아뇽~
어머님 : 그래?
한참 뒤,
남편한테 전화해서
요구르트 사 오라고 하셨다.
이런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집에 먹다 남은 피자가 있었는데
나 : 어머님, 피자 데워 드릴 테니까 기다리셔요
어머님 : 배고픈데 그냥 먹자~ 괜찮아
그런데 조금 먹다가 목이 막힌다며
피자가 안 넘어간다는 어머님
나 : 그러게 데워드린다니까...
어머님 : 아냐 그런 거 때문이 아니야~
그러고 피자를 데워서 왔더니 또 잘 드심
어머님 : 그래 피자는 이렇게 치즈가 늘어나야 맛있지~
나 : 그렇죠..
빙빙 둘러서 말하는 화법은 나랑 맞지 않았다.
직설적인게 오히려 좋다.
또, 어느날엔 연어 초밥이 드시고 싶대서
시켜 드렸는데 안 드시고 자꾸 나에게 주셨다.
나 : 어머님 드세요. 왜 저 주세요
어머님 : 나는 회전초밥집 가도 두 접시밖에 안 먹어~
나 : 에?
어머님 : 너같이 상체가 큰 사람들이 잘 먹는 거야
그냥 연어 초밥이 맛이 없다고 하시면 될 것을
살 좀 빼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그렇게,
가시처럼 남는 말을 남기셔야 했을까.
그리고
작업방에서 재택 하는 내가
일하는 걸로 안 보이셨던 건지
대기업 다니는 딸내미랑 비교됐던 건지
집중해서 촬구나 원고/자막을 써야 했던 날엔
꼭 뭐 하냐 언제 끝나냐 뭐 먹고 싶지 않냐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 거실로 불러내는... 어머님...
왜 이러세요...
친구건 지인이건 주변에선 도망가라고 난리다.
애도 없는데 뭔 그런 시집살이를 하고 있냐고.
그러게 말이다.
그때 튈 걸 그랬다.
그래도 나는
불쌍한 신랑을 두고 떠날 수 없었다.
내팔내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