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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감각

by 그럭저럭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당하고 알맞은 위치 또는 상태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건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야구의 예를 들어 보자. 선발진이 강하고 수비력만 강한 팀은 점수를 내주지 않아서 경기를 리드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경기 후반 하나의 실책으로 점수를 내주게 되면 1-0으로 지게 된다. 반대로 투수는 약한데 공격력이 리그 최강이어서 매회 점수를 낸다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매번 최강이었던 공격력을 유지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면 15-14로 지는 것도 현실에서 있는 일이다. 그게 야구이다. 투타 밸런스가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밸런스를 갖추는 것.

그게 감정의 영역이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든 눈을 뜨는 순간 마주하는 세계에서.

그래서 나는 매 순간 어디에서든 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편이고, 내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다. 평소에 내 생각을 의견으로 말할 때 과연 때와 장소에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한 후에 하려고 노력하지만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니어서 잘못 말했나 하는 후회의 감정에 휩싸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만 내가 살아온 행동습관과 사고습관이 고착화되어 있어서 노력하는 게 쉽지 않다고 치부해 버리고 무시하고 넘어갈 때도 있긴 하지만..

그 결과로 자기의 의사표현을 너무 확고하게 한다거나, 자신감을 넘어 과하게 행동하는 사람, 뭐든 극단에 치우쳐서 균형(감각)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곁에 두지 않으려 한다.

직장에서는 균형을 유지하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직장 내에서 주고받는 많은 팩트에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꼭 누군가의 의견, 감정이 섞여있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으로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받는다거나, 거슬리는 의견을 듣게 되면 내 마음속에는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입장 바꿔 상대방도 마찬가지겠지만) 마음속에서 피어오른 감정이란 놈은 원래부터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라서 그걸 알아차림으로써 감정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안다.

그렇다 하더라도 순순히 내 감정을 받아들이고 알아차림이라는 노력을 하더라도 타격감 없이 고요한 마음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듯, 마음도 동요되어 이성적 사고를 하려는 노력을 갈아먹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너무 가깝게 허물없이 지내다 보면 경계를 넘어 나의 영역을 침범할 수도 있고, 상대에 대한 나의 의지가 깊어져 많은 것을 바라는 관계가 되다 보면 그만큼 실망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가깝거나 혹은 먼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포지션이 요구된다.

일과 일이 아닌 개인적 시간에서도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너무 일에 치여 나의 개인적인 일상을 침범한다거나, 일해야 하는 직장에서 일은 대충대충 하면서 마음은 콩밭에 있는 건 경계해야 한다. 직장에서는 일에 집중하고, 퇴근 후에는 나의 개인적 발전을 위해 뭐든 시도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걸 다시금 느끼는 요즘이다. 그것이 운동이 됐든,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공부가 됐든, 그림을 그린다거나, 충분한 휴식시간을 갖는다라던가 오롯이 나를 위해 집중하는 일이라면 좋을 법하다.

음주를 할 때도 적당한 선에서 멈추지 못하고 과음을 하다 보면 회복하기까지가 고통스럽고 그러다 보면 다음날이 몽땅 날아가 버린다. 순간의 즐거움을 24시간과 맞바꾼 것이다.


현재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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