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려운 일이나 외부의 압력을 참고 견디다
2. 주변 상황에 움쩍 않고 든든히 자리 잡다
3. 어려운 상태에서도 굽히지 않고 맞서 견디어 내다
검색창에서 버티다를 찾아보니 나온 사전적 정의다.
‘버텨야 한다’가 요즘 나의 일상과 삶에서 가장 많이 머릿속에 자리 잡은 생각인 것 같다.
마감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주어진 일을 처리해야 한다거나, 갑자기 긴급한 다른 일이 생겨 전전긍긍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나 싶었다. 하지만 뒤돌아서면 당장 먹고살기 위해 필요한 돈은 어디에서 나며,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렇게 살고 있다고 일반화를 시키다 보면 우선은 버텨야겠단 마음이 강하게 든다.
최근 들어 직장에서 정년을 채워 퇴직하는 선배들을 볼 때에도 그렇다. 그들이 조직에서 어떤 기여를 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고 나쁨의 평판 여부를 따져보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한 곳에서 오래도록 일했다는 사실에는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 너머에는 그들도 지금 시기의 나처럼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살아남은 거니까.
(어쩌면 그를 찾는 곳이 없었거나, 이직할 곳을 못 찾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가 없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한때 많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파이어족에 대한 책을 접했었다. 고리타분하고 지긋지긋한 직장을 훌쩍 떠나고 싶었고, 24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며 오직 나를 위해 채우고 싶었기에 도전해 볼까 했었다. (어라? 별거 아니네. 투자만 잘하면 금방 돈 좀 벌겠는데 하는 뜬구름만 잔뜩 잡았었지) 하지만 파이어족이 되기 전에 우선 이 자리에서 버티기로 생각을 고쳐 먹었다. 나는 그렇게 계획적이고, 철두철미한 사람은 아니었고, 장기적으로 무엇인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성향의 인간은 못되어서 재빨리 현실로 돌아왔다.
사실 지나고 보면 별 게 아닌데 왜 그때에는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싶기도 하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현재와 미래가 중요한 나에게는 희미한 기억으로 남을 뿐.
누구나 지금 여기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은 버티고 있음의 반증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거리를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해 성취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쓰디쓴 실패를 경험한다. 그러나 성공여부를 떠나 결국에는 모든 것을 경험한 내가, 버티고 살아남은 내가 최종적으로 존재한다. 버티면서 성장하고 힘이 길러진다.
다음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계획은 아직 없지만 우선은 버티고 살아남아야 다음을 꿈꿀 수 있기에 버티는 중이다. 직장을 포함한 내 인생 전부에서. 여러 선택지가 있어서 그중에서 버팀을 고른 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일 수도 있겠다. 살아가는 이유를 누군가는 발전, 경험, 도전 등의 말을 써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 나에게는 버팀이란 단어 외에 생각나는 게 없을뿐더러 이것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강한 자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