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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리 Jun 29. 2020

결혼식장을 '레스토랑'으로 선택한 이유

나는 어릴 때부터 평범한 결혼식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 결혼식은 그 순간에 대한 축제이자, 파티이기를 바랐다. 그래서 인근 펜션을 빌려 1박 2일 동안 신나게 즐기는 결혼식을 꿈꾸곤 했었다. 하지만 결혼식 또한 현실이었고,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과 같았다. 일단 돈도 돈이지만, 1박 2일을 즐겨줄 하객이 필요한데, 낯선 사람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나부터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식 자체는 최대한 심플하게, 다만 그 안에 구성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결혼식장을 찾아 헤맸다. 야외, 동문회관, 마켓오, 레스토랑, 호텔, 공공기관 등 많은 종류의 예식장을 탐색해 본 것 같다. 조금이라도 특별하고, 조금이라도 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끝내, 우리는 찾아냈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기준을 거의 갖춘 결혼식장을. 오늘의 글은 그 탐색에 대한 이야기이다.


 




1시간 또는 1시간 반마다 돌아가는 예식 일정 없음, 온전히 우리를 위한 결혼식만 있는 곳이어야 하며, 그 안에는 우리만의 공간을 꾸밀 곳이 있어야 함.

가장 대표적으로 꼽은 조건이다. 그러므로 일반 웨딩홀은 모두 탈락. 요즘이야 좀 더 '개인적인' 웨딩홀이 많아졌지만, 여기서 핵심은 '우리만의 공간을 꾸밀 곳'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결혼식때 '사진전'을 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홀 앞에 몇 개의 웨딩 사진을 전시한 테이블이 아니라 우리가 찍은, 나름의 '작품' 사진들을 전시할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예 갤러리를 빌려 결혼식을 열까도 생각해봤다.


찾아보니 그렇게 결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갤러리에서 손님 맞이 하고 인사하고, 작품 설명하고, 손님은 인근 식당에 가서 식사하는 그런. 하지만 이 정도로 모험적일 자신은 또 없었다. (참 딜레마다, 특별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너무 모험적이지도 않는)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우리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또 많이 찍었지만, 크게 인화해서 전시할 정도의 사진 (통일된 콘셉트, 작가주의)들이 있느냐고 한다면 그건 글쎄...라고 할 것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끼리 전시할 공간은 있되, 그것이 메인이 되지 않는 선에서 한다는 것이 결론이 되었다.



음식은 맛있어야 하는데 식대는 비싸지 않아야.

이것 또한 양립할 수 없는 조건을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조건 때문에 결국 '레스토랑'을 고르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음식이 괜찮았던 호텔 등은 식대만 인당 기본 5만원이 넘었고, 꽃 장식 등으로 들어가는 대관료는 또 별도로 지불하게 되어있었다. 협상을 하다보면 가격이 깎인다고 하는데, 나는 협상에는 젬병이라 일단 그 단계까지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야외 또는 공공기관 등의 예식은 예식 할 때는 괜찮은데, 음식이 문제였다. 야외 예식은 케이터링 출장의 퀄리티에 따라 음식 맛이 천차만별이었으며, 공공기관 예식 또한 외부에서 음식을 해결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나의 사촌오빠가 청와대 사랑채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식 자체는 아기자기하고 인상 깊었지만, 인근 한정식 집에서 먹고 이동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을 경험했었기에 이러한 식의 방법도 결국 제외하게 되었다.


또 한참을 찾아보다가, 규모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예식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레스토랑이라 함은, 이미 음식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곳이니까 음식 맛에 대해서는 웬만한 웨딩홀 보다는 나을 터였다. 게다가 식대는 대부분 이미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음식 가격을 기준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은 레스토랑을 선택한다면, 맛과 가격 모두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작은 결혼식? No, No, 우리는 손님이 많이 오는 큰 결혼식

C의 집은 세 번째 결혼식이라 규모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지만, 우리집은 첫 번째 결혼이었기에 어느 정도 규모는 있어야 한다 싶었다. 예식장을 알아볼 때, 중요한 것은 손님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최소 예약 인원이었다. 100명, 2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해 그게 얼마나 되는 규모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해와 선, 후배 지인들도 많고, 각자 회사를 다니고 있어 회사 사람들도 있고 하니 손님은 꽤나 많을 것  같았다. 이 분들을 모두 부르지 않고, 가까운 가족들만 조촐히 한다면 50명 이내의 오붓한 레스토랑도 괜찮을 것이었지만, 축제같이 꾸미고 싶었던 나는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부르고 싶었다.


음식을 기준으로 생각하니 레스토랑으로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았는데, 손님을 많이 초대할 것을 생각하니 적절한 곳이 잘 없었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작은 결혼식을 위한, 고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애초에 음식점 규모가 일반 웨딩홀만큼 크기가 쉽지 않다.



당시, 이리저리 찾아보면서 정리했던 후보군들. 연습장에 막 쓴 것이라 글씨가 엉망이다. 우리는 결국 이 안에서 골랐다. ⓒ과거 사진첩


많은 곳들이 하나씩 아쉬웠다. 너무 예산이 과하거나, 너무 규모가 작거나, 야외의 경우는 아예 일정을 5월 이후로 잡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날씨를 보장할 수 없어 너무 모험적이거나.



조건들을 어떻게 타협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세븐 스프링스'가 눈에 들어왔다. '강남점', '목동점' 등 셀프 웨딩을 한 사람들의 후기가 꽤나 있었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한 타임은 온전히 결혼식을 위해서만 대관되었고, 최소 예약 인원만 맞추면 대관료는 따로 없었다.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리는 것이니 공간은 우리 마음대로 꾸밀 수 있었다.(꾸미는 것이 다 일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뷔페와 스테이크를 판매하고 있는 곳이라 맛도 괜찮았다. 게다가 가격도 매우 좋았다. 1인 기본 38,900원 이었는데, 신기하게 38,900원이라는 돈은 그냥 한 끼 식사로는 고퀄리티의 음식이 나오는 비싼 가격이지만, 결혼식 식대로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심지어 스테이크와 뷔페를 모두 먹을 수 있다! 어라? 모든 것을 충족하는데? 그럼 세븐 스프링스의 지점들 중에서 정해볼까?


그렇게 우리의 발품은 '세븐 스프링스' 방문으로만 정해졌다. (정말 다른 웨딩홀 등에는 상담도 받아보지 않았다.) 처음에는 붉은 벽돌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던 '강남점'으로 전화를 걸었다. 예약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보려는 의도였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15년 10월까지 영업하고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아마 전화했을 때가 '15년 6월쯤) 아.. 이럴수가. 우리는 '16년에 결혼을 할 것이었기 때문에, 강남점은 가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패스했다.


그 다음은 목동점 방문. 현대타워 41층, 한 층이 전부 세븐 스프링스인 그곳은, 들어가자마자 창 너머로 펼쳐지는 뷰에 감탄이 나오는 곳이었다. 360도, 사방 어디에서나 통유리로 서울 시내 뷰를 감상할 수 있고, 자리도 많고, 공간도 넓었다. 오히려 여기는 너무 커서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매장을 한바퀴 돌 수 있는 구조다 보니, 벽이 없었고, 결혼식 공간을 꾸미기가 애매한 것 같아서 일단은 확인 후 킵.



이렇게 창 너머로 뷰를 볼 수 있다. ⓒ과거 사진첩


검색으로 세븐 스프링스 매장들의 위치, 규모등을 찾아 보았다. 당시 10여개의 매장이 있었다. 홍대점, 광화문점 등 서울 시내 곳곳에 매장들이 있었지만 딱 보기에도 식을 치를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니었기에 패스. 그나마 가능성 있어 보였던 곳이 '여의도점'이라 그곳으로 가 보았다. 나름 지점 탐방을 다니며 밥값으로 돈이 좀 나갔다. 그냥 가서 물어보는게 아니라 일단 손님으로 가서 식사를 하면서 매장을 둘러보았기 때문이다. 세븐 스프링스의 가격은, 당시 유행했었던 뷔페들 중에서도 (애슐리, 빕스 등) 비싼 편이었다.


여의도점은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이곳에서 예식하는 것에 대해서. 직원은 매장 규모가 200석 정도인데, 식을 치르기 위해 일부 테이블을 정리하고 나면 실제 하객들이 밥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며, 규모를 잘 고려하고 결정하라고 알려주었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결국 '세븐 스프링스 목동점'으로 결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간은 넉넉한게 나은 것 같았다. 목동점은 총 402석 규모라 일부 테이블을 정리하고 공간을 만들어도 여유가 있을 것 같았다. 결혼식 공간은... 어떻게든 만들어보지 뭐. 그 고민은 차차 하기로 하고 일단 날짜부터 잡아서 찜해놓기로 했다. 식사 타임에 맞춰 딱 한 커플만 결혼이 가능하기 때문에 누군가와 경쟁하면 큰일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찾고 찾은 곳인데 누군가 예약을 하면 우리는 대안이 없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원래 예약은 결혼 날짜 3개월 전에, 예약금 30만원을 내면 된다고 하였다. 꼭 여기여야만 했던 우리는 결혼식 7개월 전에 연락처를 남겨놓으며 '선예약'을 걸었다. 우리는 꼭 이 날짜에 여기서 결혼을 하고 싶은데 지금은 예약금을 걸 수가 없으니, 그 날이 오면 다시 와서 예약을 하겠다고. 연락처를 남겨놓고, 혹시나 누가 그 날짜에 예약을 원하거든 우리가 대기하고 있다고 알려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렇게 '선예약'을 걸어놓고, 결혼식 3개월 전에는 가서 드디어 정식 예약을 하며 '예약금'을 냈다. 그 사이에 그 날 결혼식 상담을 받은 사람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정식으로 예약을 했다는 것이다! 최소 보증 인원 250명, 멤버십 가입을 하면 10% 할인, 2% 적립이 있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이 꼽는 장점은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많은 웨딩홀들이 현금으로만 결제를 받고 있었다.), 결혼식날 우리도 현금을 주체하지 못하고 현금으로 결제하면서 현금영수증을 받았다. 그리고 적립한 포인트로 매년 결혼기념일에 가서 공짜(?) 식사를 하였다.


이렇게 장점이 많았는데... 아쉽게도 올해 봄에 '세븐 스프링스' 브랜드가 사라지게 되면서, 이제 이 모든 장점은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기사]


폐점한다는 소식에 마지막으로 가서 식사. 이제 이 곳은 어떤 곳으로 변할까. 추억이여 안녕. ⓒ최근 사진첩



좀 더 이 글을 빨리 썼더라면, 누군가에게는 이 글이 유용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분명 이러한 목적에 맞는 장소는 또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특정 장소가 아니라, 내가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와 그것을 실현시킬만한 곳을 찾는 열정이다. 지금은 이런 레스토랑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 것이다. 그저 그때의 나는 최선을 다해 나의 로망을 현실적으로 실현시켜줄 수 있을만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결혼을 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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