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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럼에도

by TheGrace Dec 31. 2024

널브러진 옷가지 사이로 담배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청소를 언제 했는지 모르게 어지러운 방 안에서는 퀴퀴한 냄새와,

몸을 움직이며 나오는 자그마한 욕설이 들린다.


이러니 나에게는 사랑이 참 어렵다.

나의 현실은 늘 이 모양이었다.

행복은 모르겠고, 잠시의 설렘이라도 나는 꿈꿨을까,

물음표만 가득한 그대의 얼굴에 나는 굳어버렸다.


아마 짧은 만남 속에 나는 수렁으로 빠져버렸을 거야.

나올 수 없는 큰 구멍에 나는 웃으며 몸을 던져버렸을 거야.

아주 멀리, 나를 내려다보며 미소 짓는 그대의 입꼬리를 보면,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나올 생각조차 멈춰버렸을 거야.


나올 수 없으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참 많아.

아마 산산이 부서져 나의 뼈 개수를 셀 수 있을 만큼 말이야.

심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지옥이 어떤 모습인지,

전부 알 수 있을 만큼 말이야.


그럼에도 나는 너에게 간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작은 미소 하나를 갈구하며 매달린다. 그럼에도.

아, 파멸의 시작이구나.

아, 도피의 시작이구나.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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