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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널브러진 옷가지 사이로 담배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청소를 언제 했는지 모르게 어지러운 방 안에서는 퀴퀴한 냄새와,
몸을 움직이며 나오는 자그마한 욕설이 들린다.
이러니 나에게는 사랑이 참 어렵다.
나의 현실은 늘 이 모양이었다.
행복은 모르겠고, 잠시의 설렘이라도 나는 꿈꿨을까,
물음표만 가득한 그대의 얼굴에 나는 굳어버렸다.
아마 짧은 만남 속에 나는 수렁으로 빠져버렸을 거야.
나올 수 없는 큰 구멍에 나는 웃으며 몸을 던져버렸을 거야.
아주 멀리, 나를 내려다보며 미소 짓는 그대의 입꼬리를 보면,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나올 생각조차 멈춰버렸을 거야.
나올 수 없으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참 많아.
아마 산산이 부서져 나의 뼈 개수를 셀 수 있을 만큼 말이야.
심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지옥이 어떤 모습인지,
전부 알 수 있을 만큼 말이야.
그럼에도 나는 너에게 간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작은 미소 하나를 갈구하며 매달린다. 그럼에도.
아, 파멸의 시작이구나.
아, 도피의 시작이구나.
그럼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