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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hee lee Mar 21. 2019

중환자실에서의 하루의 시작.

오늘은 또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 모르는 전쟁터로 걸어 들어가는 간호사들

2018년 11월 15일

아침 7시.

새로운 하루가 막 시작된 중환자실 한 곳에선

VSA (=vital signs absent) 환자 한분이 급히 입원하셔서

심폐소생술, 인투베이션, 라인 잡느라 분주했고

혼자서는 환자가 계신 입원실에 들어갈 때는 넓게 느껴졌던 곳이

하나둘씩 돕겠다고 나선 의료진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입원실 안에서 분주히 오더를 받으며 CPR 하는 간호사들이 있고

그들을 서포트하는, 복도를 뛰어다니며 온갖 IV medication과 equipment 가지러 

바쁘게 움직이는 러너들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하루는 시작되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환자를 살리겠노라 심폐소생술을 열심히 했지만

그탓에 갈비뼈는 으스러 지고

pneumothrax가 생기고

chest tube가 무려 4개가 삽입이 되었다.


그 와중에 중환자질 반대편 한쪽에서는

임종을 앞둔 20대 청년이

sedation을 max infusion로 받고 있어도, 항경련제 세 가지를 받아도

벌써 injury가 심한 뇌는 

그 모든 걸 다 뚫고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난 살면서 실제로 seizure은 본건 몇 번 안된다.


대부분 약을 투여한 후 가라앉는 게 발작인데,

이 환자는 얼마나 ABI가 심했는지

24시간 내내, 

이마에 땀방울 송알송알 맺힌 채 

쉬지 않고 뇌 안에서 불꽃처럼 튀는 seizure activity에 시달리고 있었다.


난 사람을 돕기 위해 간호사가 되었다.

하지만 이날 난 내가 간호하는 소중한 환자분께서 

아무리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온갖 약물 투여를 해 드려도

계속해서 일어나는 발작을 아무 말 못 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날 난 지난 4년 동안 간호해온 날들 동안 가장 심적으로 시달렸다.

감정노동은 익숙한 거라

어느 정도는 그냥 넘기는데

이날은 진짜 내 눈으로 내 환자 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내가 간호사가 된 후 처음으로,

당장 사직서 내고 병원을 나서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의 어머니는 자식을 어릴 때 버리고 가서 안나 타나다가

이제야 다 큰 아들을 병원에 보러 오셨었다.

그리고 그분이 오래전 버린 아들을 대신해 그를 위한 삶의 선택을 하기 위해 우린 기다려 줄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비극이던지..

어릴 적부터 많은 상처와 외로움 탓에

자살시도를 몇 번 해왔던 환자는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생을

마감하지 못하고 아직도 고통스러워하며 생과 사 사이에 머물고 있었다.


간호사는 patient advocate로써

나의 환자를 위한 최고의 간호를 해주는 게 업무고

내 환자의 가족도 나의 환자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참아주며 기다려주는 것도 우리의 업무다.


근데 난 이러다가 내가 병 들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 갈등 많았던 하루다.

12시간 사이에 이렇게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곳은 

병원이 #1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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