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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hee lee Mar 21. 2019

죽음이 흔한 곳, 호스피스

하지만 그들을 가장 아름답게 보내드리는 곳.

좋은 죽음이란?


며칠 전 이직한지 얼마 안되는 호스피스에서 저에겐 처음으로

한 환자분의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돌아가신 후에 그분에게 드리는 의료진들의 정성이 저를 눈물 나게 만들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임종하신 환자분이 계시면, 보호자분들이 자리를 떠난 후,

모든 라인 제거를 하고 body bag으로 시신은 옮겨집니다.

하얀색, 딱딱한 플라스틱 백으로.

그리고는 영안실로 옮겨지죠.


자리가 비워지는 순간 cleaning aide분께서 재빨리 새로운 환자를 맞이 하기 위해

병실을 청소하고 set up 합니다.

Turnover가 빠른 중환자실에서는

돌아가신 분이 정말 돌아가셨다는 걸 인식할 여유조차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물론 병원에서 맞이하는 죽음이라고 해서 다 “bad death”는 아닙니다.

병원에서도 충분히 “good death”를 맞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스럽지 않고 서두르지 않은, 가족과 함께 맞이하는 “좋은 죽음”을요.

제가 아는 의료진들도 바쁜 와중에 좋은 죽음을 맞이 하게 해 드리려 애쓴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시스템의 time and volume

pressure 때문에 더 해드리지 못해서 심적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더 안타까운 점은 캐나다에서는 임종을 앞두신 인구의 70%가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신다는 겁니다.


바쁘게 돌아가야 하는 병원에서는 여유라는 걸 찾기 힘들지만

이번에 호스피스에서 시작하면서 저는

“slow down”해도 된다는 걸 배우고 있습니다.


호스피스에는 시간이 천천히 흐릅니다.

어딜 빨리 가야 할 곳도 없고,

그런 우리도 환자분과 머물며 마지막 순간들을 나눕니다.


시신을 준비할 때도 엄청난 정성을 들입니다.

우리 엄마, 아빠인 것처럼,

조심스럽게, 최대한 평온한 모습으로 보내드립니다.


며칠 전 돌아가신 분에게서는 꽃을 좋아하셨습니다.

특히 예쁜 분홍색 장미꽃을요.

호스피스에 계시면서 방안을 가득 채운 자신이 좋아하던 물건들 중에

장미꽃 한 송이도 함께 있어서,

보내드리는 길에 꽃을 품에 안겨 드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는 슬퍼서가 아닌, 기뻐서 눈물이 났습니다.

이렇게 좋은 모습으로, 가족을 곁에 두고, 고통 없이 편안하게 돌아가신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생에 처음 죽음을 눈 앞에서 본 환자분의 가족은 슬퍼하셨지만

저희에게 굉장한 감사함을 표현했습니다.

편안하게 보내 드린 것 같아서 후회는 안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어느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 하게 됩니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는 death and dying대해 더 쉽게 이야기하고

그 시간을 맞이할 때 언제 어디서라도 덜 고통스럽게,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드리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호스피스뿐만이 아닌 병원, nursing home, 집 등등에서도 palliative care가 더 활용되어

더 많은 분들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편한 게 도와 드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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