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icolored cat that invaded my life.
저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싫어했습니다.
외향적인 저에겐 내향적인 고양이들의 성격이 이해가 안 갔고
날카로워 보이는 눈빛과
쓰담쓰담해주려면 도망가는 모습이 얄미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친구 집에 가면 고양이는 보이지는 않는데 날아다니는 털이 그의 존재의 증거였고
집구석구석 고양이 장난감과 웬만한 아이 놀이터 저리 가라 하는 캣타워 들을 종종 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why do people like cats so much?'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도 난 반려동물과 같이 살게 된다면 절대 고양이는 아닐 거라 다짐했었습니다.
After all,
Dogs are cooler.
그러다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저와 달리 성격이 내향적입니다.
쉬는 날엔 밖보다 집을 더 좋아하고
사람 만다는 걸 피곤해합니다.
그가 하는 일에도 사람들과 마주치는 경우는 많이 없죠.
간호사인 저와는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는 고양이를 참 좋아합니다.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도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보내주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느 순간부터 점점 고양이들이 귀엽게 보이기 시작했고
'나도 고양이 키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7년 11월,
새로 이사를 한 후 5개월쯤 지나,
텅 빈 아파트가 적적해서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 왔습니다.
알록달록
흰색, 검은색, 갈색이
캐러멜 바닐라 초콜릿 아이스크림처럼 잘 blending 되어
걸어 다니면 콕 깨물어 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이름은 "칼리코"에서 "칼리" --> "켈리"로 지었습니다.
Cali-co --> Kalllie.
그렇게 켈리와의 동거가 시작되었지요.
처음에 그저 손이 많이 가는, 제가 '키우는' 고양이였습니다.
아침저녁마다 밥을 챙겨 줘야 하고
똥통도 치워 줘야 하고
온 사방 날리고 다니는 털은 열심히 진공청소기로 빨아드리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적응해야 하는 불편한 점들도 많았습니다.
아침에 출근하기 바쁘게 화장실에서 양치하고 있으면
꼭 싱크대 안으로 들어가서 앉아 버린다거나
좋아하는 화초를 집에 가지고 오면
솜방망이 같은 손으로 흙을 툭툭 건드리며 파버립니다.
그렇게 조금씩 켈리의 생활패턴 (?)과 버릇을 보고 배우자,
켈리를 훈련시키는게 아니라 오히려 제가 켈리 위주로 생활을 바꾼다는 걸 느꼈습니다.
양치를 하고 있을 때 켈리가 싱크대를 차지하고 있으면 부엌으로 가서 마저 했고,
화초를 건드리면 그 화초는 켈리의 솜방망이가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겼습니다.
그러면서 슬슬 내가 고양이를 키우는 건지,
고양이가 나를 키우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아, 켈리가 나를 키우는구나"라고 생각이 든 건 얼마 안 걸렸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켈리는 자신의 작고 가는 목소리를 이용하면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몇 번 울고 나서
집사가 "배고파?"라고 물으면,
조금만 더 울어서 대답을 한 후에
마법처럼 밥이나 스낵이 턱 나오고,
베란다 문 앞에서 야옹야옹 대면 베란다 문이 활짝 열리고
집사를 마구 따라다니며 울면
집사는 바닥에 앉게 되며 자신이 집사 품 안으로 안길수 있다는 것 까지 터득했습니다.
반대로 켈리도 집사 대해 배우고 적응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집사가 나이트 근무하고 하루 종일 잠을 자면 가만히 둬야 된다는 것,
컴퓨터 의자에 앉아 있으면 쫓겨난다는 것.
몇 년 전만 해도 고양이를 싫어하던 제가
이렇게 켈리와 한 공간을 나누면서
서로 보살펴 주고 함께하는 인연이 되었습니다.
저에겐 사람이 아닌 동물과 같이 산다는 것,
그를 이해하고 서로 보살펴 준다는 것... 처음엔 모든 게 새롭고 낯선 경험이었지만
이젠 켈리가 없었던 생활보다는 함께 하는 생활이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