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와' 임계장 이야기'를 읽고

by 여름나무

사실 두 권의 책을 연관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변하는 것에 시무룩해 우울하던 나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읽고 늙어가는 마음자세를 다르게 하였다. 늙는 것도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다 임계장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를 바도 없는 우리의 비슷한 삶을 바라보며 슬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굳이 두 권의 책을 비교해보는 것은, 두 작가의 다른 노년의 삶을 바라보며 다가올 우리의 노년을 생각해보고 싶어서이다.


당신은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가?

50여 년을 정신과 의사로 지낸 ‘이근후(이대 명예교수)’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에서 프롤로그의 첫 줄로 이 질문을 한다. 그리고 ‘나이 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일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기에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할, 생의 궤적이다’ 하였다. 하기에 ‘나이 들면서 좋은 일, 즐거운 일을 만들어 가겠다는 마음가짐이 훨씬 중요하다” 한다.


그래 그분은 지금 잘살고 있다 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정신과에 관한 교육과 상담은 물론 젊은이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일 년에 한 번 30년 동안 의료 봉사를 해 온 네팔 일 년에 한 번 방문하기, 한 달에 한 번 시 낭송 모임, 40년 동안 봉사해 온 보육원에 들러 아이들과 놀아주기, 주말마다 네 자녀 가족과 돌아가며 저녁 식사하기, 보고 싶은 사람 불쑥 방문하기 등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 하시며 “누구든 재미있게 살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온통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테니” 하신다.


개인적 생활을 옮겨 적는 이유는, 그렇게 누구나, 늙어서는 어떻게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젊어서야 자녀양육에 집도 장만해야 하고 먹고 살기 빠듯하다지만, 늙어서 만이라도 하고 싶은 거 하며 조금이라도 여유 있게 살고 싶은 게 사람의 마지막 욕심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나이 들어 보세요. 재미있어요.’ 첫 장에 첫 줄이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말이다. ‘스무 살의 즐거움과 마흔, 쉰 살에 느끼는 즐거움은 전혀 다르다’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늙어가는 게 서럽고 억울했다. 숨도 제대로 못 쉰 거 같은데 벌써 청춘은 떠났다.


어쩌다 백화점 정면에 있는 명품관을 바라볼 때가 있다. 누군가에겐 당당히 들어가 대기를 걸어놓고 구입하려는 가방일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현실감 없는 그림에 불과해 아예 바라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쉽다. 한번쯤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미쳤다 샘치고 저지르면 못할 것도 없지만, .....비참하게도 못한다.

글을 읽으며 많은 공감과 새로운 사고를 하게도 되지만, 드문드문 드는 감정은 그러했다.


1. 늙으면 죽어야지 하는 당신에게

불평, 불만을 유아기적 방법을 쓰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라,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삶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의 해결 방식을 더 많이 다양하게 섭렵해 간다는 뜻이다. 일상의 고통을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해보라.


2. 노후엔 못 해본 여행이나 다니며 살아야죠.

노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많이 늘었지만 아직도 노후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한다, 노후의 시간은 생각보다 아주 길다. 노후는 사전적 의미로 늙은 뒤의 시간을 말하며, 생활 능력이 없어지거나 떨어지는 때를 뜻한다. 긴 노년의 시간을 잘 보내고 싶다면 막연한 바람이나 환상을 떨쳐 버리고, 시간을 마음껏 쓰겠다고 생각하라.


3. 평생을 자유롭게 살아 본 적이 없다고 한탄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모두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유란 무엇인가? 원하는 때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규칙과 가치 등 지켜야 할 것들이 있고 그것은 때로 자유를 억압한다. 자유로움은 구할 때까지 어렵지, 한 번 실천하고 나면 무척 쉽고 행복하고 시원하다. 나를 옭아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핑계 대지 말고 한 번 실천해보고 벗어나 깨트려보라.


4. 늘 남에게 뒤처질까 봐 조바심 내는 당신에게

노후 관련 시장이란 말이 괜히 나오지 않았다. 남들도 다 하는데, 평생 콤플렉스를 느끼며 살아왔다. 경쟁 유도는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인생을 마무리할 시기에도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며 비교하고 채우려 든다. 나이가 들면 꼭 해야 할 일보다 안 해도 될 일이 더 많아지니 남에게 뒤처지지 않는 데 소중한 시간을 다 써버리지 마라.


5. 내가 자식을 어떻게 키웠는지 아냐며 억울해하는 부모에게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성년이 되어 홀로 자신의 생활을 해 나갈 때까지 돌보는 것이 부모의 도리다. 책임이지 희생이 아니다. 자녀가 독립적으로 삶을 가꾸게 되면 부모도 과거의 상처나 자녀를 위한 희생적인 돌봄으로부터 자유롭게 떠나와야 한다. 자식이 부모에게서 독립하려고 애를 쓰듯, 부모도 어는 순간부터는 자식에게서 독립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6. 노후 자금을 하나도 모아 놓지 않아 불안한 이들에게

경제력은 무엇인가 생각해보자, 내가 가진 물적, 정신적, 인적 자원을 잘 결합시켜 내 삶을 스스로 꾸려 나가겠다는 의지를 경제력에 포한시키면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노후 자금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노후가 오히려 축복일 수 있다. 무엇이든 열심히 일해 볼 각오가 생기기 때문이다(임계장=어두운 밤에만 별이 영롱하게 보이는 것처럼, 낮고 힘든 자리에서 일해 보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것들, 퇴직 후 많은 분들이 얻게 될 이름일 수도 있다).


7. 인생이 재미없고 따분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만담가인 ‘장소팔’씨가 죽음 직전에 아들에게, “내가 왜 죽는 줄 아냐? 심심해서 죽는다. 너도 한 번 늙어봐, 늙으면 진짜 할 일도 없고 심심해 죽겠다. 그래서 세상을 뜨는 거야” 했단다.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가장 필요한 덕목은 유머, 웃음, 관용이다. 그러므로 재미없고 따분하게만 느껴지면 유머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한 번 돌아볼 일이다.


‘가족에게 부탁이 있다. 책을 읽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더라도 마음 아파하지 말기 바란다.’

‘임계장의 이야기’의 마지막 글귀다. 가족에 대한 작가의 마음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38년간 공기업 정규직으로 일하다 퇴직 후 시급 노동자로 일을 하는 그에 이름은 임계장이 되었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란 준말이다. 임계장은 ‘고, 다, 자’라 불리기도 한다.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 해서 붙은 말이다.


임계장의 이야기를 읽으며 드는 생각은 “정말?”이란 단어다.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싶었다. 알고 있던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이다. 하지만 외면하고 살았을 뿐, 나와 별개의 세상만은 아닌 듯싶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 땅엔 수많은 임계장들이 있다. 늙은 어머니와 아버지들이다. 그들이 처한 노동환경을 접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을 하며 선배 경비가 해주던 이 말은 아마 모든 임계장들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지 않을까 한다.


“자네는 경비원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네,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폐기물 더미에서 숨을 쉴 수 있겠는가? 자네가 사람으로 대접받을 생각으로 이 아파트에 왔다면 내일이라도 떠나게, 아파트 경비원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경비원은 할 수가 없어.”


그가 경비원의 일자리를 그만두며 찾았던 교회의 성탄 메시지는 그러하였다.

“상식이 통하고, 가난 하고 배경이 없어도 불공정한 대우를 받지 않는 나라,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도 인간적 품위를 보장받는 나라,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고 누구나 일자리 걱정 없이 삶의 행복을 맘껏 누릴 수 있는 나라, 유토피아는 아니더라도 노력하면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에 바람은 “사회적 약자들도 인간적 품위를 보장받는 나라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생계비를 벌 수 있는 나라”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이 된다. 그만큼 보고 배우는 경험치가 되는 것이다. 임계장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에 젊은 날을 뚝 잘라먹은 것이다. 사실 전업주부로 아이들을 키우다 늦은 나이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은 상처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면서 누구에게나 총량의 법칙이 적용된다면, 크기가 조금 다르겠지만 너무 늦게 험난한 세상에 던져지기보다는 준비하는 노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며 돌아보면 배부른 투정일 수 있다 생각을 하게된다. 산 날보다 살날이 적은 지금, 이제 마무리를 어찌하며 살아가야 할지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더하면 너무 길어 그만 써야겠다. 남은 이야기는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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