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다 보니 좋았나 보다.
그렇지, 세상에 사랑보다 더 좋은 게 뭐가 있겠나 싶었다. 그래도 우리 할매 살아계셨음, 사랑, 그거 배가 부르냐? 돈이 나오냐? 하셨을 게다. 사실 꼭 아니다 말도 못 할 나이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놈의 사랑이 뭔지, 낡은 살림살이 갖다 버리듯 시원스레 치워내지도 못하고, 한 돈 짜리 금가락지 닳을까 봐 장롱 속에 꼭 꼭 숨겨둔 우리 할매마냥 나두 그 마음 가슴속에 꼭 꼭 숨겨두었나 보다.
퇴근 후, 무기력해져 가는 마음을 되 세우려 조금 흥이 나는 노래라도 틀어놓고 움직이자 했던 게, 들려오는 노랫말에 주저앉고 만다. 장년의 남자가수가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다'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암, 해야지, 할 수 있으면 해야 할 것이다. 사랑은 적극적으로 권장할만하다(재미 삼아 장년의 유부남으로 설정하여 글을 잇고자 한다).
‘아주 멋진 여자를 만나 아름다운 해변을 둘이 걷고 싶단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그의 배로 향했다. 양복 상의로 잘 감추어 두었지만 배가 불룩하다. 그녀가, 아주 멋진 여자가 사랑을 하기엔 불편해 보인다. 남자들이란 참,
‘가슴이 불타올라요. 눈물마저 핑~ 도네요’ 그래야 할 것이다. 나도 가끔 가슴팍 탄탄한 남자 배우를 보면 가슴이 띈다. 너무 멋져서, 그러니 이 장년의 남자가 그 멋진 여자와 해변을 둘이 걸으려면 그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나 싶다. 오히려 좀 부족한 면이 있다. 그녀의 걸음, 걸음에 진달래는 아니어도 돈 주면 살 수 있는 흔한 장미 꽃잎이라도 깔아줘야 되지 않겠나 싶다.
‘세월이 다 가기 전에, 내 모습 변하기 전에, 그대와 둘이 밤을 지새우며 지난날을 잊고 싶어요’ 지난날이 어떤지 모르겠다. 지금도 충분히 변했을 것이다. 그대와 둘이 밤을 지새우기엔 체력이 될라나 의심쩍어 보인다. 초저녁이면 어여 들어가 자야하지 싶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그녀와 함께 있고 싶어요’ 그 감성으로 사랑하기에는 까인다. 좋은 곳에 풀 펜션도 쌨는데, 여자는 나비넥타이를 맨 사내가 서비스를 해주는 곳을 더 선호한다. 그러고 보니 다 희망사항이다. 조금만 더 심하면 노망이 났다 하여 어느 날 눈뜨고 보면 양로원일 수 있어 보인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위해 무엇을 했나?’ 결혼도 했겠고, 자녀도 키웠을 테고, 부모님도 돌봐드렸을 테고, 다 남 일인가? 여자는 더하면 더했지 적지는 않을 것이다.
‘내 모습 변하기 전에 사랑하는 그대와 둘이 지난날을 잊고 싶어요’ 그런 멋진 여자는 없다. 멋진 여자는 더 멋진 남자를 만날 것이다. 아님 이 남자, 빌딩 몇 채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 남자만 그러랴 싶다. 꿈꾸는 사랑마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아남을 것인가? 아름다운 여자와 사랑을 꿈꾸는 남자, 멋진 남자와 사랑을 꿈꾸는 여자, 사랑도 종교라면 전 인류를 통합하는 유일신이 될 가망성도 있어 보인다. 하긴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하지 않던가? 단연코 신자가 가장 많은 신앙심 깊은 종교가 될 것이다. 사랑교를 만들어 사 랑세를 0.000001%만 받아도 난 먹는 것 빼고 만지는 것마다 다 금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노벨 평화상도 당연히 내 것이 될 것이다.
남자여,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다’란 말이 있다. 뭐 외과적인 기술 발달도 도움이 되겠지만, 내적, 외적의 발달이 특히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스물네 시간을 사용하면서도 여자들은 많은 차이를 내보인다. 남자도 그렇겠지만,
왤까?
물론 뭐든 다 잘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로 사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확실한 건, 보이는 그 여자의 모습은 그에 남편이 얼마 큼의 배려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기준 척도가 되는 것이다.
여자는 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집안일에, 자녀 키우기에, 직장생활에 친정, 시댁 비위까지 맞춰가며, 멋진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철없는 남편까지 챙겨야 한다.
물론 남자들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위해 무엇을 했나’ 싶을 것이다. 성능 좋은 무기로 공격을 해되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자니 보통 힘들건 아닐 것이다. 그나마 주어지는 휴전 시간마저 침범하는 얄미운 적에 눈치를 살펴야 하고, 사실 스물네 시간도 모자랄 정도로 신경전도 만만치 않을 거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설문조사 결과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사랑해’, ‘고마워’, ‘수고했어’, ‘고생했어’ 란다. 사실 살다 보며 하기엔 낮 간지러운 얘기다. 또 알겠지 하는 맘에 쉬이 넘어가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는 길도 물어가고, 니 맘, 내 맘 따로 인 세상에 해줘야, 그것도 이 나이쯤 되면 자주 해줘야 한 번 알아들을까 말 까다. 그거 무시하다 쫓겨나면 개고생 하는 거다.
그러니 남자여 가장 괜찮은 상태로 포장하고 나온 여자와 무장해제를 하고 집안일과 싸우는 여자를 비교해, 포장에 속아 멋진 여자와 사랑을 꿈꾸다 흙속에 진주를 놓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여자도 집 가보면 더 하면 더했지 모자라지는 않을 거란 말이다.
사람마다 최애 숨구멍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남자여, 낚시가 취미이면 낚싯대 다루듯, 차를 좋아하면 차에 투자하듯, 술이 좋으면 술을 마시듯 내 여자를 사랑하는 건 어떠한지? 헤헤 나 여자,
정말 사랑을 한 번 해보고 싶다. 아주 멋진 남자를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