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금
드디어 오늘,
새 애인을 만났습니다.
오후에 만난 그와 늦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옆에 누웠다 앉았다 비벼가며 새벽이 오도록 함께
좋아하는 갱 영화를 보았습니다.
행복합니다.
역시 새애인이라 요구하는 건 뭐든 지체없이 들어줍니다.
더더군다나 뛰어난 성능에
물찬 제비 같으니
이보다 더 좋을순 없습니다.
돌이켜보니,
진작 이래야했다 생각이 됩니다.
오년을 물고 빨고 애지중지 하였건만 어찌 그리 속을 썩히는지, 그래도 그놈의 미련 때문에 버리지도 못하고 질질 끌려오다보니, 또 어찌어찌 살아진 오년이란 세월이네요.
애간장이 타거나 말거나 뻑하면 연락 두절이고, 지맘대로 들어오다 말다 하는 날이 하루 이틀도 아니였지요.
가차없이 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어, 해줄건 다 해줬습니다.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주말이면 그에게 기대어 밤새운 행복한 날들이 얼마나 많았게요?
속을 썩힐때마다 헤어져야지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또 그때마다 달래고 얼러가며 맛난거 사먹으라고 상품권 이라도 내미니, 돌아서기가 쉽진 않았지요.
몰라도 그가 너무 몰랐던 거지요. 그의 달콤한 목소리에 주저앉고 상품권에 눈이 멀어 오년을 버텼지만, 여자마음 한 번 바뀌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참을 만큼 참았거나 도저히 더 이상 용서가 되지않아 돌아서는 것이니, 별짓 다해도 결국 헛된 짓 되고 말지요.
돌아오라고, 기다리겠다고, 맘 변하면 언제든 예전처럼 받아주겠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귀에 속삭이지만, 그거 맘 떠나니 소용없는 일이네요. 그 달콤하던 목소리가 돼지 멱따는 소리로 들려오고 맙니다.
아주 뜨겁게 사랑하려 합니다. 이제 갓 시작한 사랑이니 성실하지 못한 그가 후회하도록, 그와 함께 있던 시간보다 더 행복하게 최선을 다해 기쁨을 느낄까 합니다.
다시 사랑해도 될까요? 뜨겁게!
비가 내리다 말다 틈을 이용해 인터넷 설치 기사님이 오셨습니다. 기존선이 문제를 많이 일으켜 통신사를 바꾸게 된 거지요.
그는 소파에 누워 해묵은 영화보는 즐거움을 빼앗았고, 어쩌다 하는 일처리 마저 과감하게 날려버리는 용감한 통신선 이었습니다.
그래 번거롭기도 하고 한 번 정하면 불편해도 그런가보다 하고 마는 습성 때문에 그냥 묵인했던 일을, 이참에 처단하게 되었습니다.
촌스럽게도 티브이를 통해 너튜버를 볼 수 있는 새 통신사가 넘 좋네요.
가끔 세상이 무섭습니다.
보지않아도 될 거, 듣지 않아도 될 거를 선택하지 못한 채 접하게 되는 경우가 그렇지요.
그래 어느 땐 과거로 회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지만, 바람직하진 않겠지요?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고, 아 그리 야무지면 좋겠지만 버릴 건 못 버리고 취할 건 취하지 못하니 모자라다 싶기도 합니다만, 앉은 자리에서 보고 배울 것이 많은 변화된 세상이니 적응능력도, 이용능력도 키워야 겠다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터넷 설치 때문에 모처럼 방청소를 하고 책상 정리를 하니 마음이 평온함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이게 욕심 낼 것도 없는 평범한 날의 행복이지 싶습니다. 그러니 웬만한 건 다 까먹고 살아가는 게 현명한 일인가 생각도 됩니다.
삭제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