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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나무 Aug 28. 2021

그대가 아닐까?

도시의 변두리 어디쯤

내 그리운 이 살았으면 좋겠다    


사는 형편도 비슷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사정을 알아

그저 저녁이나 먹자는 이웃   

 

밥상에 수저 한 벌 더 얹어

마주한 술잔에

사는 게 그런 거라며

누가 누구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는지 모를,

그런 소박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이었으면 좋겠다    


골목길 끝자락에 있어

해 질 녘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발걸음 소리 들려오고

유리창 너머로 햇살 넘실대는,

바람도 자유롭게 드나드는

이층 집에 세 들어 살았으면 좋겠다   

 

가끔은 등대지기처럼

까만 밤,

방향을 잃은 사람을 위해

새벽녘까지 불 밝혀 둘 것이다    


변덕스럽게 마음에 바람 드는 날

가끔 그 집으로 놀러 가

배달된 치킨에 캔맥주를 마시며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바라보고 싶다   

 

어느 날 때쯤

안녕하신가? 하며

손이라도 흔들어줄 날이 올 것이다    


바람 부는 날이면 바람이 불어 좋고

비 내리는 날이면 비 내려 좋을 것이다


눈 내리는 겨울날엔

그곳으로 찾아가

달디 단 믹스커피를 마시며

점, 점, 점 내려쌓여 세상을 덮는 눈처럼

마음도 한켠, 한 켠 덮혀져

눈처럼 하얀 세상을 만날 것이다    


내 그리운 이 그곳에 살아

사는 게 서러워 그리움 사무치는 날

버스터미널로 달려 가

단단히 반 한 그릇 사 먹고

갈 곳 있어 다행이다 웃음 질 것이다    


바람 불듯 계절이 지나고

쪽빛 하늘에 구름처럼 흐르는 시간

그곳에 내 그리운 이 산다면

축복받은 이생, 행복할 것이다  

  

내 그리운 이여

아름다운 사람아

나는 오늘도 그대를 그리워한다    


이 새벽길

불빛 아래 잠 깨어있는 사각의 공간

그곳에 내가 산다    


평안하신가? 그대

날마다 말은 어렵고

마음은 글로 적어 전해  뿐이다    


그리운 이여

그대가 있어 고맙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대와

이 생,

붉은 단풍잎처럼 빨갛게 물들어 가련다    

엄경근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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