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함께 했던 많은 날들로 한동안, 힘겨워해야겠지요. 어쩌면 바람처럼 살려 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멋대로 부는 바람이야 어디 갈 곳을 정해 두었을까요? 저도 어쩌지 못할 열병에 미쳐 발작하듯, 어디든 달려갔다 아무 데고 부딪쳐야 겨우 한숨 돌리는, 사랑앓이도 그와 같겠지요.
수상스러운 날씨만큼이나 수상스러운 낌새를 보이던 아들이, 이 봄 이별을 하나 봅니다. 친구들과 만나 술 한잔을 하고 새벽녘에야 집으로 들어서는 아들이 눈빛 맞추기를 피합니다. 아마도 좀 울었나 봅니다. 사랑앓이를 들키긴 싫었던 게지요.
그런 아들에게 별일 아닌 듯 가볍게, "어여 들어가 자라" 해놓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제대 후 남은 대학과정과 취업공부를 하는 일 년여 동안 사귄 그녀가 사실, 아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었을지 짐작 가능한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을 지켜준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 든든한 일이었겠지요. 이별이란 그런 소중한 사람과 헤어져 홀로 걷기를 시작하는 일일 터이니, 조금 쓸쓸한 길이 되겠지요.
그녀와 함께한 많은 날들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요? 그게 어떤 이야기든, 세월이 흐르고 사랑이라는 단어가 낯설어질 때쯤, 꺼내 웃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또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갈등이 없는 삶, 변화 없는 삶에 우린, 지루해 몸살을 앓거나 탈출구를 찾으려 갖은 방법을 동원할 테니까요. 그러니 사랑도 피고 지고 또 피어나는 꽃처럼 순환의 과정이겠거니 받아들여야 할까 봅니다.
고개 들어 바라보는 하늘이 맑아 괜스레 웃음이 나네요. 무섭다, 무섭다, 이번 감기처럼 무서운 감기가 없다 너스레를 떨며 결국, 앓다가 보내고 마는 봄이거든요. 감기에, 폐렴에 두 달 넘게 호되게 고생을 하고서야 바보같이 건강을 돌보게 되네요.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것만으론 부족했던가 봅니다. 정말,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슬프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먹어 봐야겠습니다.
한편으론, 한 번 고되게 앓고 나니 어느 한 시점을 훌쩍 뛰어넘은, 긴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도 드네요. 지금 이별 중인, 봄의 연둣빛 보다 고운 내 아들도 한 번 아프고 나면 쑥 자라던 어린 시절처럼 그리 성장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이별은 여전히 가슴 쓰리고 아픈 일입니다. 아파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이젠 그만 아팠으면 싶네요. 어느 계절이든 때가 되면 피는 꽃처럼 사랑하는 마음도 피어오르지 않을까요?
단단히 마음 동여매고 건강한 하루하루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모두 건강 잘 챙기시고 계신 거지요?